사실 요즘 책 원고 쓰느라 글감을 많이 만들어두진 못했어서, 예전에 미리 써둔 세이브 원고 하나 꺼내서 가볍게 편집만 했어요.
그냥 이번 주는 가벼운 스낵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맛있게 즐겨봐요 :)
그럼, 시작해볼게요~!
2025년 현대판 회사에서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기술 (feat. CIA 공식 매뉴얼)
Simple Sabotage Field Manual, 혹시 들어봤어?
1944년에 CIA의 전신 기관에서 만든 공식 문서인데,
일반 시민들이 ‘티 안 나게’ 특정 조직을 망치는 방법을 매뉴얼로 만들어 배포했어.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위 짤로 많이 알려져 있고
요즘 회사 생활을 풍자하는 듯한 내용이 많아서
“ㅋㅋ 니네 XX팀장 스파이 아니야?” 같은 말과 함께 웃으면서 공유되곤 했지.
긴급할 때 회의 소집하기, 회의에서 일화나 개인 경험 늘어놓기, 윗선 뜻이랑 충돌하는지 끝까지 따지기, 결정 지연시키기 같은 내용들이 딱 전형적인 ‘무능한 상사’ 묘사라 더 그랬고 ㅋㅋ
삼성에서도 이 극비 문서를 검토한 적이 있는데
조직 관리 관점에서 혹시 우리 조직도 이런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자가 점검의 차원에서 소개한 사례가 있었어.
나처럼 심심한 사람은 원문도 한 번 읽어보는 거 추천함.
흔히 공유되는 인간적 요소들 외에도 물리적 방해에 대한 내용이 진짜 하찮지만 재미있거든.
예를 들면.. 문을 일부러 삐걱거리게 만들기, 연필심 자주 부러뜨리기 같은 것들 아니면 사무직에선 회의 자료를 참석자 수 -1부 출력하라고 돼 있는데, 그럼 “앗, 한 부 부족하네요” 하고 다시 출력하러 가는 시간만큼 회의가 지연되니까 ㅋㅋㅋ
직무별로 정리되어 있어서, 이걸 얼마나 디테일하게 고민했는지 감탄하게 돼.
이렇게 아주 작고 사소한 일상 속 방해들이 모이면, 결국엔 조직조차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하는 ‘창업’이라는 게 얼마나 아슬아슬한 곡예의 영역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
하지만 오늘 가져온 콘텐츠는 웃고 넘길 얘기가 아니야. (진지)
이름하여, 2025년 현대판 에디션: 회사에서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기술의 모든 것.
이건 단순한 개그 콘텐츠가 아니야.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현대판 사보타지 매뉴얼이라고 보면 돼.
어차피 다들 월급 루팡을 외치는 시대에
그냥 없는 척, 눈 감고 넘어가는 것보다…
할 거면, 차라리 확실하게 하라 이 말이야.
그럼 시작해보자, 루팡 요원!
현대 사무직 요원을 위한 사보타지 작전지침서
보안등급: FOR FIELD AGENT ONLY
발신: 진양
수신: 현장요원
임무코드: SAB-2025-OFFICE-OPS
“임무는 간단하다. 들키지 말고, 일하지 마라.” – 진양
당신의 임무는 명확하다.
조직 내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것.
적은 당신의 상사이며, 당신을 밀고하려는 동료들이고,
당신의 저성과를 수치로 정리하려는 평가 시스템과 HR 부서다.
그 누구도 믿지 마라. 들키지 마라. 살아남아라.
1944년의 사보타지 매뉴얼이 조직을 와해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2025년 현대판 매뉴얼의 목적은 ‘공존’이다.
누군가는 당신을 "회사에 기생하는 존재"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해라, 요원. 당신은 그저 임무를 수행 중일 뿐이다.
오피스 내부에서 ‘생산성’이라는 환상 속에 숨어들어
조직 전체의 효율을 최대한 오래 흡수할 것.
그리고 절대로, 들키지 말 것.
SECTION 2: 원칙편 – 현대판 월급 루팡 사보타지의 3원칙
첫 번째 원칙.
절대 보이지 말아야 한다.
이는 시각적으로도, 성과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디지털 환경에서도 모두 해당된다.
보이기 시작하면, 티가 나기 시작하면, 적들의 레이더에 포착된다.
물리적 공간에 대한 팁은 구식이다. 1944년 매뉴얼을 참고하라.
오늘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디지털 위장술이다.
두 번째 원칙.
항상 능률적인 척을 해야 한다.
당신은 꾸준히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직무별로 적절한 '능률 연기법'은 다양하다.
이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최소한의 노동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듯한 연출을 익혀야 한다.
세 번째 원칙.
사내 규칙을 사랑하라.
사방이 적인 이 전장 속에서,
당신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아군은 규정과 프로세스다.
무너뜨리고자 하는 시스템의 룰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암기하고, 충실히 따르라.
규칙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위 세 가지 원칙만 철저히 수행한다면,
당신의 정체는 절대 발각되지 않을 것이다.
SECTION 3: 실행편 - 실전 사보타지 프로토콜
[3-1] OPERATION GHOST-TYPING
개요: 슬랙 및 메신저 툴 교란 교란 작전
목표: 의사소통 흐름 지연
방법:
메시지를 받으면 즉시 “답장 입력 중…” 상태로 5-8분 유지
실제 답변은 간결하고 무난하게.
예시: “넵, 확인해보겠슴다!”
주의:
하루 한 번은 신속 응답해줘야 ‘느리지만, 진심 있는 사람’으로 포지셔닝 할 수 있음.
연계 작업이 없는 단순 확인용 메시지는 오히려 빠르게 답장할 것 (리듬 유지용)
[3-2] OPERATION BUSY-WALL
개요: 캘린더 위장 바쁨 작전
목표: 바쁘고 성과는 좋지만, 예민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방법:
시간과 업무 환경에 얼라인된 바쁨 연출 캘린더 및 슬렉 세팅
오전 10-12시: “집중 업무 (바쁨)” 모드 설정
오후 1-2시: “외부 미팅 (장소: 회사 근처 카페)”
오후 4-6시: “데이터 정리 및 주간 리포트 준비”
해당 시간에 연락 올 경우 OPERATION GHOST-TYPING과 같이 활용 가능.
주의:
연출된 바쁨에 맞는 표정, 제스처, 한숨 등의 세부 묘사 필수
[3-3] OPERATION LOOP TALK
개요: 회의 지연 및 무력화 작전
목표: 결론 미루면서 회의 시간 늘리기
방법:
다음과 같은 ‘루프 대사’들을 상황에 맞게 순환 사용:
[과거 사례 루프] “이건 과거 사례랑 어떻게 다른지 먼저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개념 정의 루프] “잠깐만요, 핵심 개념부터 같이 정의하고 넘어가죠.”
[타 부서 루프] “이거 혹시 마케팅 팀에서 이미 알고 있는 건가요?”
[상사 루프] “근데, 저번에 차장님이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하셨던 것 같은데요…”
보너스:
회의가 끝나고 “정리해서 슬랙에 올릴게요~!” → 이틀간 미루기 가능. 그러면서 동시에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포지셔닝 가능.
…
[1123개 문건 REDACTED]
…
[3-3765] OPERATION: 90% COMMIT
(대상: 개발자 요원)
목표: 코드 배포 지연, 업무 속도 감속
방법:
기능 개발 후 “작업 완료 90%입니다”만 외치고 PR 올리기
피드백 반영은 절대 한 번에 하지 말고, 반드시 3회 분할 커밋
CI 깨지는 척하며 “환경 이슈 같아요”로 최소 이틀 벌기
…
[1431개 문건 REDACTED]
…
[부록]: 들키지 않는 법
슬랙 이모티콘은 적극 활용하라
감정 표현과 리액션으로 ‘일하고 있음’을 연출할 수 있다.
업무 외 활동은 빠지지 말고 참여하라
회식, 랜선 커피챗, 사내 동아리 등은 가장 손쉬운 위장술이다.
“조직 생활에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결정적 보호막이다.
항상 기억하라 – 중요한 건 ‘일을 하는 척’이지, 진짜로 하는 게 아니다.
진짜 일보다,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 훨씬 강력한 무기다.
“당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기력해 보이지 않는 무기력이다.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직은 당신을 ‘필요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SECTION 4: 사보타지를 들키지 않기 위한 요원 심리전술
[CLASSIFIED]
SECTION 5: 감시당했을 때의 대처법
[CLASSIFIED]
SECTION 6: 실제 실패 사례 분석
[CLASSIFIED]
…
이게 편집하다 보니… 왜 세이브 원고가 됐는지 기억이 났네요.
시작은 신나서 썼는데, 정작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묵혀뒀던 글이었어요 ㅋㅋㅋ
재미 반, 풍자 반 속에서 현대 조직의 씁쓸한 work ethics를 돌려 말해보려고 썼는데,쓰면 쓸수록…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현실에 안타깝다가도,
또 한편으론 사보타지 요원들을 걸러내지 못하는 HR이나 경영진을 놀리고 싶다가도,다시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도 각자 속사정이 있겠지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냥, 가볍게 웃고 슬며시 곱씹게 되는 스낵 콘텐츠로
누군가에겐 가볍고, 또 누군가에겐 의미 있는 이야기로 남길 바라며…
이번 주도 너무 티 나지 않게 잘 살아남읍시다.
다음 주에는 정규 컨텐츠로 또 만나요!
아, 최근에 구독하면 날라가는 설문을 다시 세팅했어요.
이 뉴스레터의 정규 컨텐츠는 지금 작지만 실제로 부딪히고 겪은 창업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하는데 (인수 창업, 1000만원으로 인수해보기, 망해보기, 등). 근데 종종 또 넣는 사이드 컨텐츠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방법론, 커뮤니티 프레임워크, 웰니스, 등).. 오늘처럼 완전 쌩뚱컨셉도 있고…
그래서 그만큼 구독자 한 분 한 분의 생각이 진짜 중요해요.
그래서… 혹시 2~3분 정도 짧은 설문 가능하실까요?
어떤 이야기를 더 보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는 별로였는지—그 작은 목소리가 제 다음 글을 훨씬 더 좋아지게 만듭니다.
세상에 글은 너무 많은데, 시간은 너무 적잖아요!
답변 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우리 함께 진양 뉴스레터를 만들어가봐요!
풍자글은 쓸때는 존맛탱인데~~~ 쓰고나면 씁쓸한 맛이 오래남아서~~ ㅠㅠ
넘 재밌게 읽어서 뒷부분 궁금.. ㅋ
씁쓸한 점은 현대 사회에서는 진짜 첩보?처럼 "의도"를 가진 것도 아닌데도 의도하지 않고 사보타주를 행하는 사람들도 있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