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하게 잘 지내셨나요? 어느덧 가을이 다가왔네요.
지난 반년 동안 저희 팀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 인수를 두 건이나 진행했고, 외부에서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이 늘었죠. 그런데 정작 제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리고, 같은 차를 타고, 같은 창고에 도착해 같은 동료들과 같은 일을 합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해야 할 일의 종류가 무진장 많아졌다는 것 정도? 그래서인지 외부에서 비치는 모습과 제가 느끼는 내면 사이에 괴리가 커지곤 합니다.
어쩌면 오늘 남기는 이 서한은 구독자님들께 드리는 인사이자, 동시에 미래의 저에게 보내는 편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만하지 않고, 아는 척하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요.
요즘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집니다.
“나는 정말 인수창업이라는 미지의 장르를 개척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단지 관심을 받고 싶어서 이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다행히도 마음의 조타수 역할을 해주는 잭(제 동업자)이 있어서, 이런 고민을 함께 토론하며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내부의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해주는 잭이 바라보는 진양의 세계관 속에서 저랑 끊임없이 다운로드와 업로드를 반복하며 균형을 맞추고 있죠. 잭(내실)이 없다면, 진양(외실)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서로 되묻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진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고, 우리가 지금 하는 사업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최근 저희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사업이란 결국 ‘반복 가능한 수익 엔진(Revenue Engine)’을 만드는 일이다.
이 엔진을 만드는 방법은 참 많습니다. 각 방법마다 위험도와 잠재력(업사이드)이 다르고요. 큰 틀에서 보면 결국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제품만 이렇게 만드는 줄 알았는데, 비즈니스모델도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최근 저희가 세운 가설은 단순합니다.
“한국에는 저평가된 초소형 커머스 매물이 많다. 이런 것들을 인수해 고정비를 분산시키고 안정화한 뒤 성장시킨다면, 온전히 돌아가는 초소형 시장에서 인수→통합→성장→매각 사이클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가설을 실험해서 진짜 굴러가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첫째, 문제-시장 적합성(PM-Fit): 정말 초소형 인수창업 시장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가? 은퇴를 앞둔 소상공인들의 매각, 1세대 커머스 운영자들의 이탈, 저평가된 온라인 사업체들… 이런 문제가 실제로 만연한가?
둘째, 시장 적합성(M-Fit): 이 문제를 인수를 통해 해결했을 때, 경제적으로 반복 가능한가? 매물이 너무 적거나, 이 구조로 매출이 늘어날 때 단위당 비용 구조가 개선되는지?
셋째, 창업자 적합성: 팀이 이 문제를 해결할 자격이 있는가? 인수를 직접 경험했는가, 통합과 안정화를 해봤는가, 문제에 공감하고 디테일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즉,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불완전한 비즈니스 모델 검증 실험이기에, 위 기준을 정량적으로 만들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현재 저희는 세 기준 중 약 50~80% 정도를 검증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시설 보증금을 제외하고 약 1억 원+ 정도를 투입했고, 인수와 안정화 단계까지는 직접 돌려봤습니다. 이제 남은 건 “인수한 자산을 우리가 직접 성장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실험은 약 6개월-1년 정도 더 남았겠네요. (Founder FIt 남은 20%, Market-Fit 남은 50%)
물론 이 검증을 위해선 추가 비용을 넣어서 실험을 가속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머스와 브랜드를 잘하는 분을 초기 팀원으로 모시거나, 브랜드 빌딩에 특화된 파트너를 찾는 방법이 있겠죠. 꼭 대표와 동업자가 모든 구간을 직접 다 할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아닌가..?)
일단 그래도, 최근 성과를 말씀드리자면, 인수 자체는 꾸준히 괜찮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저번달에 주방잡화 브랜드 인수를 마무리했고, 올해 안으로 한 건 정도 더 인수할 예정입니다. 규모는 1억 언더가 될 것 같고요. 이렇게 되면 지금 운영 중인 물류창고에서 약 4명+ 인건비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성장은 없는 상태)
여기서 올해의 핵심 과제는 인수한 사업체를 잘 키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매각을 더 잘하기 위해서 인수창업이라는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것도 큰 목표 중 하나입니다.
인수창업이라는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일단은 대중 교육을 큰 축으로 잡고있는데..
11월에는 인수창업 관련 책을 번역 출간합니다. 제가 지금 인수하는 규모보다 조금 큰 시장 이야기이긴 하지만, 큰 틀에서의 워크플로우는 같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사용되는 소형 인수창업용 가이드북이라, 해외에서 소형 인수창업할때 쓰는 실무들을 보며 저 또한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패스트캠퍼스와 함께 인수창업 강의를 드디어 런칭했습니다. 앞으로 제 매물을 뺏어갈(!) 미래 경쟁자를 키우는 기분이지만, 동시에 인수창업 생태계를 키우는 중요한 마일스톤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들어 딜 매칭 요청이 많아져서 사업체 매각을 돕거나 원하는 매물을 찾아주는 컨설팅 성격의 서비스? 딜 매칭?도 준비 중입니다. 착수금 50만 원 + 성공보수 5% 정도의 구조를 구상하고 있고, 몇 개월 내에 매물을 못 찾으면 착수금 절반을 돌려드리는 형태도 고려 중입니다. (이런류의 사업은 안해봐서 조언이 많이 필요하긴 합니다..)
좀 딱딱하게 마지막으로 한번 정리하자면..
저희는 1차 비즈니스 모델 검증을 완료(?)했고, 추가 자본 투입을 앞두고 부족한 요소들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인수한 사업체들의 성장 전략과 매각 구간을 집중적으로 테스트할 계획입니다.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인수와 매각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주주서한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창업 일지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진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