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양은 항상 스스로의 똥꼬에 불을 지르는가
3.9억 견적서와 키보드 샷건, 그리고 9개의 미친 과제들
안녕하세요, 진양입니다.
최근 들어 구독자분들이 무엇이 보고 싶으실지, 왜 이 뉴스레터를 구독하셨을지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러다 거창한 어떤 컨텐츠를 기획하기 보다는.. 그냥 가벼운 인수창업 이야기, 그리고 진양의 현재 여정을 공유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컴퓨터를 켰습니다.
요즘 제 고민은 무엇이냐.. 흠.. 사실 요즘의 저는... “왜 항상 나는 양손 가득 업무를 만들어서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몰아붙인 다음, 미친 사람처럼 똥꼬에 불난 듯 수습을 하는가” 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자신에게 너무 여유를 주면 한도 끝도 없이 게을러진다는 걸 알기에 이렇게 판을 벌인 거긴 하지만, 요즘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앞에 있는 급한 불들을 끄고 나면, 다시 조금은 여유로운 진양으로 돌아와야겠습니다.
일단 그래서 지금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과제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고, 하나하나 회고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나를 위해서..!)
과제 #1. 식음료 브랜드 ODM 과제
첫 번째 과제는 인수한 음료 브랜드의 ‘상방(Upside)’을 뚫을 수 있는 자체 식음료품 ODM 제조 과제입니다.
음료수 B2B 스마트스토어를 인수해서 지난여름(7~9월) 동안 약 1.5억 원 정도 매출을 발생시켰고, 반복 구매 고객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해서 회수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덜었습니다. 이렇게 ‘하방(Downside)’은 잡아놨으니, 이제 상방을 뚫을 수 있는 과제들을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 세팅해놔야 하는데요.
그래서 음료 제조 쪽으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아무 음료나 만들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기존 B2B 고객에게 업셀링하면 될꺼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막상 견적을 몇개 받아보니 전략 없이 아무 음료를 만들면 MOQ가 너무 ‘폭력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더군요. 그래서 첫 제조 제품이다 보니 최대한 실험에 들어가는 투자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최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방향을 조금 틀어서, 맛도 맛이지만, 동시에 기능성 내러티브도 간접적으로 챙길 수 있는 음료(액상차와 젤리 사이 어딘가)로 준비하고 있는데요.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더 높으면서 B2C 제품으로서도 브랜딩 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생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MOQ를 최대한 낮추면서). 현재 두 곳의 제조사와 비교 견적을 받는 중이고, 각 제조사가 가진 포트폴리오의 맛을 보고 최종 결정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타임라인은 봄이 오기 전, 늦은 겨울 런칭이 목표입니다. 구미 젤리나 곤약 젤리처럼 씹어야 하는 단단한 식감과, 입안에서 부드럽게 으깨지는 몽글몽글한 식감 그 사이 어딘가를 타겟하고 싶은데...
확실히 식품 쪽은 말로 하는 설명보다는 레퍼런스 제품을 들고 대화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더라고요. 그렇다보니 시간을 내서 각종 제조사의 제품을 시음하며 리스트업을 해놔야 하는데, 식감별로, 맛별로, 그리고 향별로 디테일들을 챙기는 데 확실히 시간이 많이 갈려 나가긴 합니다.
과제 #2. 주방용품 PB 상품 제조 과제
두 번째 과제는 주방 소모품 전문 스토어에서도 상방을 뚫을 수 있는 자체 PB 주방용품 제조 OEM 과제입니다. 이 과제는 동업자 잭(Jack)이 키를 대부분 쥐고 있어서 너무 안심이 되는 과제입니다.
지금 잭은 주방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소모품 중 좀 니치한 제품을 몇개 잘 소싱해서 시장 검증을 완료했고, 해당 제품보다 더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중국 공장을 확보해서 수입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입니다.
식품 조리에 사용되는 물건이고 동시에 “식품용” 라벨을 달고 유통하고 싶다 보니, 식약처 검역부터 해외 제조 공장 등록까지 좀 많은 과정들이 있었는데 다행이 무사히 완료된 것 같습니다. 몇 개 Task들은 제가 직접 해보려고 ‘수입식품 정보마루’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맥북이라 뭐 안 되고, 윈도우로 다시 해보니 브라우저 안 맞는다고 에러 뜨고 해서 키보드 한 세 번 내려치고는 포기했는데. 역시 잭의 끈기와 집념 덕분에 험난한(?) 정부 홈페이지들과 수많은 반려를 뚫고 첫 수입에 성공했네요.
근데 주방용품 PB 상품 제조 과정은 별도의 컨텐츠로 뽑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지금 제조한 PB 상품 중에서 하나는 국내 제조 공장을 이곳 저곳 컨텍하며 한곳 뚫어서 신규 파트너를 한 곳 확보하긴 했는데, 그 과정이 막 그렇게 재미있는 과정은 아니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상장사부터 동네 공장까지 무작정 전화하고 미팅 요청ㅋㅋ)
아직까지는 자체 PB 상품들의 매출이 일 25~30만 원 정도만 나오는 상황인데, 품목도 더 다양해지고 매출 규모도 유의미하게 커지면 기획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과제 #3. HBR 인수창업 책 번역 과제
세 번째 과제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인수창업 책 번역 출판 프로젝트인데요. 이건 지금 최종 검수 단계에 들어갔고, 이번 주까지 검수 완료되면 아마 책 인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얼마 전 제 머리말도 최종 편집본에 반영되었고, 전체적인 번역의 완성도와 오탈자 검증 정도만 하고 나면 완료될 예정입니다.
처음으로 진행해 본 번역 및 출판 프로젝트라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확실히 인수창업에 대한 배움이나 이해도도 깊어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금전적으로 투자한 시간에 대비한 회수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있긴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서 나름 고되지만 보람찬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링크드인에 올렸던 내용처럼, 실제로 서점에 진열된 모습을 보게 된다면 더 보람찰 것 같기도 하고요!
사업적 관점에서 회고 해보자면… 책의 번역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기존 영어 번역 스킬셋도 있으니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Context가 엄청 큰 내용을 번역하는 것에서는 인공지능이 바보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같은 단어를 너무 다채롭게 번역해서 오히려 책을 읽는 데 불편함을 준다거나, 어떻게 프롬프트를 넣어도 어색한 번역투가 없어지지 않는 등... 진행하다 보니 직역보다는 문단을 아예 뜯어고쳐서 더 읽기 편하게 구성해야 하는 경우도 엄청 많더라고요.
역시 세상 어떤 분야가 그렇듯, 막상 해보면 디테일 안에서는 또 여러 미시적인 문제와 해결책들이 있더군요. 이번 번역 과제를 하면서 확실히 또 많이 느꼈습니다… 디테일을 무시하지 말자!
그리고 그 외에 남은 6개의 과제들...
위에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지금 제 머릿속엔 다른 과제들도 가득한데..
패스트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인수창업 강의 과제 마무리
내년 5월 계약이 끝나는 무인매장의 확장 vs 매각 결정 과제. (scale or drop)
논의 중인 투자사와 JV 형태로 새로운 인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제 (핵심 과제 중 하나)
새롭게 연결된 매물 브로커님한테서 전달받은 유통회사 매물 검토 (하남 consolidation의 마지막 피스)
저번 컨텐츠에서 가볍게 설명한, 새롭게 시작하는 유한책임회사 구조의 투자 프로젝트 (진양 투자 트렉 레코드 관리 시작)
진양 인수창업 커뮤니티 관리 어떻게 할지..?
다 이야기하다간 오늘 뉴스레터 못 나갈 것 같아서 일단 이 정도에서 정리해야겠네요. 저도 글 쓰면서 정리해보니 지금 총 9개의 핵심 과제들이 있고, 이 중 한 3개는 그래도 올해 중으로 끝날 것 같은데, 나머지 6개에 대한 리소스를 어떻게 분배할지가 제일 고민이긴 합니다……. 후
그래도 이 또한 다 지나갈 것임을 알기에, 눈앞에 있는 것들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끝내보려고 합니다. 결국 이 시간들이 쌓여 나중에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어주겠죠.
지금은 똥꼬에 불난 사람처럼 뛰어다니고 있지만, 곧 엉덩이 불 끄고 제가 만든 음료 한 잔 마시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