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진양입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최근에 사업체를 하나 더 인수했습니다…!
아직 계약만 체결된 상태고, 인수인계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조용히 스텔스로 마무리하고 나중에 글로 쓸까 했는데요
사실 요즘 너무 바빠서 글감이 안 떠올라서… 이렇게 오늘 숨겨진 글감상자 하나 깝니다ㅠㅠ
요즘은 하루 종일 배송 준비하고, 우리가 보유한 고객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고객 데이터를 뜯어보고, 미공개 이니셔티브 두 개 협상하며 의사 조율하고… (요것도 서서히 풀 예정입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루들 덕분에, 최근 한달동안 11시 전에 퇴근한 기억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글감 생각도 못했고, 사색에 잠길 여유도 없다 보니…
“그래, 그러면 차라리, 지금 새롭게 인수하는 이 건을 그냥 먼저 공개해버리자!”
라는 마음이 들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늘 이 글은, 나중에 인수가 마무리되고 실제 운영해보며
‘지금 내가 한 판단이 정말 합리적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인수하고 싶어서 합리화한 건지’
회고하기 위해 남기는 기록입니다.
제 회고록 한번 미리 같이 읽어보시죠…!
일단 매물을 먼저 설명하면요
연매출 5억 조금 넘는 매물이에요.
상품은 10개 정도 있는데, 실제 매출은 핵심 상품 두 개에서 거의 다 나옵니다.
여기서도 신기하게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네요. 10개 중 2개가 매출의 8할을 담당하고 있는 구조.
주방잡화를 파는 업체이고, 저희가 운영 중인 음료 도매 사업체처럼
일반 소매 고객과 소상공인, 중소기업 고객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 구조입니다.
주문 데이터를 보면, 백다방, 배스킨라빈스, 메가커피, 식당 등에서
종종 재주문이 들어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고객층에 있어 음료 사업의 고객과 어느정도 교집합이 있어 보이는 매물이죠. (식당, 탕비실, 중소기업)
진양,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아니, 이 바쁘고 현금도 부족한 시기에 왜 또 인수를 해?”
가상의 인수창업 스승이 존재했다면 분명 이렇게 혼냈을 것 같긴 한데요…사실 이번 인수에 가용 현금의 약 25% 이상을 태웠거든요…
특히 유통업 특성상 현금회전이 중요한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인수하고 나면 3개월동안 빠른정산이 풀려서 정산 주기가 느려지거든요.
그래서 지금 인수 직후가 가장 현금흐름이 취약합니다 사실.
매입은 계속 들어가고, 현금은 늦게 나오고..
그럼에도 왜 인수를 했을까? 저도 걱정은 되지만, 나름의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일단, 빠듯한 현금은, 최후엔 개인신용으로라도 커버 가능
좋은 매물이라는 확신이 있는데, 현금이 빠듯하다고 못 산다?
그건 인수자 입장에선 최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신이 있다면, 베팅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확신이 없으면, 절대로 크게 베팅하지마세요.
좋은 선택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베팅을 하는 게 이성적으로는 옳지만
오히려 현금 부족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포커판이랑 똑같네요 진짜!)
공포가 작용하는거죠.
그래서 이번에 가장 먼저 한 건, 공포를 없애기, 즉
지금 우리 법인이 어디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정말 만약의 상황에서 급하게 달려가서 땡길 현금이 있나?
그래서 바로 서울보증에 상담을 받으러 갔고, 아주 친절한 담당자님께서
“신생 법인은 돈 필요하면 대표님 개인 마통(마이너스통장) 써요~”라는 시크한(?) 꿀팁을 주셨습니다.
2025년 매출 10억 찍어오면 다시 얘기하자며… (목표 생김..부들부들..)
여튼 마통이라는 든든한 아군이 생겼으니,
이제 중요한 건 이 매물이 정말 좋은 매물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일이었겠죠.
그리고 항상 좋은 매물이냐 아니냐를 판단할때는 무조건: 하자와 업사이드
이거 두 개만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었죠!
하자를 찾고, 업사이드를 상상하라! (기억나지 않는다고요?)
그럼 이번 매물도 같이 하자 찾아볼까요?
1. 하자: 물류 비효율로 인한 낮은 수익성
이 매물의 가장 큰 하자는 물류 비효율로 인한 낮은 수익성이었습니다.
현재 상황상 3PL과 제조사 창고 총 두 곳에서 각각 상품이 배송되는 구조였거든요.
2개의 출고지를 운영하면서, 합포장시 생기는 경우의 수도 너무 많아서 엄청난 물류 비효율이 존재했어요.
창고별 단일 상품 발송과 합포장 발송의 단가 차이, 이중 재고 관리로 인한 운영적 복잡성 등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다행이 저희는 하남에 60평 넘는 창고를 운영 중이고,
음료 도매 사업 덕분에 택배 단가가 굉장히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주방잡화는 워낙 가볍다 보니, 음료수를 포장하는 박스를 같이 활용해도 포장 이슈가 없기에
저희 창고로 단순하게 옮겨서 배송만 해도 수익성은 최소 10% 이상 개선될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또, 전 제품을 저희 창고에서 관리하게 되면 대량 매입 협상도 가능해지고,
대량 매입 협상을 하면 원가율이 좋아지고..
이러면 매출액 대비 높아진 수익성으로 회수가 많이 빨라질수도 있다고 판단했어요.
하자가 더 이상 하자가 아니게 되겠네요!
2. 하자: 택배 포장 건수가 너무너무 많다.
주방잡화는 반대로 음료보다 엄청 가볍고, 단가는 낮고, 택배 건수는 많습니다.
몇천원 안하는 제품들을 수백개 포장하다보면, 이거 몇 천원씩 벌자고 이거 하는게 맞는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택배사만 배불려주는거 아니야?! 이러면서)
그래서 보통의 셀러분들은 객단가가 어느정도 되면서, 마진이 괜찮은 상품들을 취급하는걸 좋아하죠.
하지만 사실 저희에게는 택배 포장 건수가 지나치게 많은 이 상황이 매우 좋았습니다.
이렇게 가볍고 수량 많은 상품은 사실 택배 단가 협상에 아주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택배수가 많아지면 택배단가가 싸지는 구조이죠.
즉, 택배 건수의 증가라는 하자가 결과적으로 음료 사업 쪽 택배 단가도 낮춰주는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남들에게는 불편함이 저희 지금 상황에는 좋은 시너지로 포장되네요.
3. 업사이드: 음료 도매와의 크로스셀링
하자들은 다 찾아냈고, 하자를 고칠 수 있는 방법들을 언급했으니, 이제 업사이드를 상상해봐요.
업사이드가 없으면 또 인수할 의미가 없죠.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두 사업 모두 ‘탕비실’이라는 공간에서 소비되는 제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렇기에, 현재 음료 도매 쪽은 B2B 폐쇄몰을 구축 중인데, 이 주방잡화 사업도 해당 채널을 함께 쓸 수 있다는 점이 큽니다.
예:
음료 구매자에게 “생활잡화도 같이 사보세요” 리플렛 동봉하여 폐쇄몰로 랜딩
주방잡화 구매자에게 “음료도 같이 사보세요” 리플렛 동봉하여 폐쇄몰로 랜딩
그리고 모두 폐쇄몰로 랜딩시켜서 고정 B2B 고객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상 중입니다.
일종의 ‘탕비실 MRO’ 처럼 될 수 있을까요? 재미있는 상상이네요.
4. 업사이드: 브랜드 제작 실험이 더 쉬운 영역
인수한 스마트스토어는 기본적으로 감가 자산입니다. (네이버 랭킹은 언제든지 날아가니까요…)
그래서 인수한 유통 채널을 활용해서 최대한 빠르게 고유의 브랜드, 우리만의 소구 포인트를 구축해야 하는데
주방잡화는 음료보다 브랜드 구축 실험이 훨씬 쉽습니다. 제조도 수입도 더 유연하게 가능하고요.
(음료 브랜드 제작의 어려움은 와이낫브랜드 창업 썰에서 엄청나게 잘 풀어줘서 쌰롸웃)
탕비실에 들어가는 수 많은 물품들을 제조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5. 업사이드: B2B 온라인 스토어를 가장 잘 인수하는 팀이 되기 위한 실험
또 재미있는 상상이 드네요.
이번 건을 시작으로, 우리는 “B2B 온라인 스토어를 가장 잘 인수해서 키우는 팀”이 될 수 있을까요?
소형 B2B 스토어 인수 → 폐쇄몰 구축 → 리텐션 실험 → 브랜드 실험.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프로세스로 구축되어서 경험이 잘 쌓인다면
우리 팀에게만 축적되는 정성적 자산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진양이 전국의 작은 B2B 사업체들을 가장 잘 인수하는 팀이 되는 그림,
상상만으로도 꽤 설레네요.
뭔가 업사이드 상상들이 엄청 구체적인 것을 보니 확실히 매력이 많은 매물 같습니다.
결론은: 하자를 파악하고, 업사이드를 상상하자
언제나 말하지만, 인수 매물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하자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하자 없는 사업체는 매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자는 상대적입니다.
인수자 입장에서 쉽게 해결 가능한 하자라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 것입니다.
반대로, 하자를 못 찾았으면?
그 매물은 사기거나, 아직 상상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도망치세요.
그리고, 업사이드를 상상하는 건 그 다음입니다.
이번 건 역시 그런 일련의 판단을 거쳐 하나의 사업체를 새롭게 인수하게 되었고,
8월부터는 또 한층 더 바빠질 예정입니다.
다행히… 이제 슬슬 첫 번째 물류 직원을 채용하게 될 것 같아요.
초보 사장 진양이 ‘인사(HR)’라는 새로운 벽을 어떻게 넘을지,
저도 무섭지만, 한번 부딪쳐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