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창업의 여정은 분명히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컨텐츠 자체에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서 그런지, 나처럼 개똥같이.. 두서없이 글을 써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다. (꾸벅)
내 평범한 글쓰기 솜씨로, 과거 평범하게 판교 출근하던 개발자 진양의 일지였다면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라고 종종 되묻곤 한다.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진양 인수창업 콘텐츠를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위험’이라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험한 행동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가령, 학교 다닐 적 내 짝궁 지은이는 항상 선생님 몰래 봉지 과자를 꺼내 먹곤 했다.
선생님이 칠판을 바라볼 때면 전광석화처럼 과자봉지에 손을 넣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자기 입에 과자를 투척했다.
그리고 나 같은 범부는 그저 옆에서 감탄만 했다.
“와, 저 타이밍에 과자를 안 들키고 어떻게 먹지? 간도 크다..”
그 아슬아슬함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한 수업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무슨 과자를 가져왔을까, 씹을 때는 어떻게 소리를 안 내지? 같은 걸 상상하면서.
인수 창업도 마치 수업시간에 몰래 과자 먹는 그 행위처럼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인수의 과정도 위험하고
협상의 과정도 스트릿 감성 그 자체며
심지어 운영의 과정은 그야말로 우당탕탕이다.
하나씩 가볍게 이야기해보면..
인수 Phase: 각잡은 사기는 피할 수 없다.
일단 인수 과정의 대표적인 위험은, 사기 당할 요소들이 곳곳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그 함정들은 ‘실수인 듯 아닌 듯’한 미필적 함정과, 아주 노골적인 의도적 사기가 적절히 섞여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소규모 딜에서 매도자가 작정하고 사기를 친다면 피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법적 공방으로 번지면, 감정 소비는 기본이고 시간과 비용도 줄줄 새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전쟁을 감수할 각오도 해야 하는 위험한 스트릿 그 자체이다.
인수 과정을 넘기면, 또 다른 페이즈가 열린다.
마치 열심히 보스를 때려눕히면 2페이즈가 나오는 게임처럼.
협상 Phase: 무한 1:1 협상 대전..!
인수의 함정들을 피해 도달한 그 끝에는
영업권 가격, 재고 협상, 인수인계 일정, 잔금 처리 등 수많은 1:1 대결 요소들이 기다리고 있다.
협상을 너무 강하게 하면 딜이 깨질 것이고, 너무 유연하게 하면 쟁취할 걸 놓칠 것이다.
즉, 때론 이겨야 할 싸움이 있고, 때론 흘려야 할 싸움이 생긴다.
예를 들어, 최근 인수 사례에선 몇백만 원을 아끼기 위한 협상보다는 차라리 그 돈을 주고 기존 공급처와의 공급 조건을 잘 넘겨받아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내가 협상을 잘했다면 둘다 확보했을텐데..ㅠㅠ)
창업 Phase: 묵은 과제들 투성
이렇게 험난한 협상의 과정을 넘어서 무사히 인수를 마쳐도, 그게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온갖 산전수전을 겪은 기존 대표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인수자인 내가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모든 문제는 연결된 다른 문제가 있고. 간단하다고 생각한 문제들은 열어보면 완전 난제 그 자체다.
기존 대표가 수년간 못 푼 문제들을 이 시장에 새로 들어온 내가 고칠 수 있을 거라 믿는 건 엄청난 오만이다. 그리고 많은 인수자들이 이걸 간과한다.
나도 그랬다. 물론. (그리고 지금도 종종 그런다 ㅠㅠ)
최근에 인수한 음료 도매 사업체 인수가 마무리되어갈 즈음, 기존 대표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대표님은 이렇게 사업체를 계속 인수하시는데… 대표님만의 사업체 성장 노하우가 있으신 거겠죠? 부럽네요…”
그 부럽다는 말 안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던지.
근데 그 순간, 머리에 망치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 우리도 성장 노하우 같은 건 없는데?”
이건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매각을 하는 대표도, 그 이전까지 수많은 비틀기와 시도와 도전을 했다는 것.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그 사업체를 팔고 있다는 것.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수 창업은 위험하다.
인수라는 낭만에 혹해 무턱대고 시작했다가는 창업이라는 현실의 매운맛에 좌절할 수 있다.
인수 창업은 높은 투자금과 강도높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고위험 창업이다.
그러기에, 이 위험한 여정을 지켜보는 여러분의 감정은 마치 수업시간, 지은이의 과자 서커스를 지켜보던 나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과자의 고소함은 부럽지만, 내가 하면 바로 들켜서 종아리를 걷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나는 독자들이 그 두려운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나 때문에 무턱대고 인수 창업을 시작했다가 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소형 인수창업 시장 자체는 커졌으면 좋겠지만, 무모하게 뛰어드는 사람은 줄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인수 창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으면 좋겠다.
특히 정모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난 정모보다 훨씬 커져버린 규모를 보며,
솔직히 말하면 좀 걱정되기도 한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가장 혐오하는 부류의 사짜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그러니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하겠다. 인수 창업은 일반적인 창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금과 강도 높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종류의 사업이며,
일을 하지 않으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전혀 안정적이지 않은 창업이다.
그럼 왜 하냐고..?ㅜㅜ 그르게…
인수창업은 보물찾기: 마초적인 매력은 존재한다.
위 내용으로 인수 창업의 위험함이 충분히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그럼 이제, 기분 좋아지는 이야기들도 좀 해보자. 보물상자 이야기.
위에서 말한 수많은 위험들을 피하고 나면, 인수 창업의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나 역시 그 보물을 아직도 찾아가는 중이고, 최근 인수 매물로 인수 창업만의 명확한 장점을 뚜렷하게 체감하고 있다. (보물이 가까워진 신호?!)
그중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요즘 너무 크게 강점으로 느끼고 있다.
예전엔 이 관계를 그냥 CRM 툴에 넣을 수 있는 좋은 ‘데이터 포인트’ 정도로만 바라봤다.
근데 요즘은, 고객 한 명 한 명과의 관계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그 관계의 위대함.
고객과의 관계..
최근에 계기가 하나 있었다.
이번 주, 갑자기 폭발적인 주문이 하나 들어왔다.
음료를 수백 박스나 시킨 기업 고객. 캔 수로 치면 약 15,000캔, 무게로는 4톤.
매출로는 약 1천만 원 정도 되는 거래였다.
이 정도 물량은 일반 택배로는 안 되고, 화물로 나가야 해서 일정 조율을 위해서 직접 통화를 했는데
확인해보니, 작년에 한번 (내가 인수하기 전) 우리와 거래했던 고객이었다.
그 신뢰가 어디서 비롯된 건지, 어떤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관계인지는 아직도 연구 중이다.
(괜히 아는 척하다가 단골이 떠날까봐, 남자 단골 응대하듯 조심조심…)
그러다가 애초에 인수 관점에서 고민을 하게 되었고. 애초에 이런 관계가 재구매율이나 재구매금액으로 충분히 반영되어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인수 전에 이런 고객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이런 고객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가치인데, 어떤 데이터를 통해서 남들도 모르는 가치를 우리가 찾을 수 있을까?
그냥 운이 좋았던 헤프닝으로 끝내기엔 아까웠다. 우리는 이걸 앞으로 인수할 때 활용 가능한
우리만의 데이터 포인트로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있을것 같고. 혹은 인수 후에 벨류업 전략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다.
결국, 남들이 가지지 못한 데이터를 보는 능력을 갖는다는 건 나만의 투자 전략을 갖는다는 것이고,
인수 전략상 비교우위를 가진다는 것이라..
근데 물론, 인수를 잘했다고 해도.. 운영도 또 잘해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그래서 더, 이 여정이 재미있다.
이 재미있는 여정을 떠날 기회가 생겨서 너무 감사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개발일지는 마음을 쿡 찌르네요 공감합니다 ㅎ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일탈의 느낌이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평범한 글솜씨라뇨 ㅋㅋㅋ 너무 깔끔하고 재미있게 읽힙니다.
만약 같은 내용이었더라도, 다른 사람이 풀어 냈으면 이렇게 제가 챙겨가며 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오늘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원래 댓글 잘안다는데, 댓글 달고 싶게 만드는 뭔가 매력이 글에 있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