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마이크로 SaaS 롤업이 진짜 가능한 걸까요
두툼한 마진이 사라진 SaaS 시대의 인수 기준 (Brain Dump)
안녕하세요 진양입니다!
이번 주는 좀 불친절한 BRAIN DUMP 톤으로 갈 것 같아요!
요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좀 없거든요ㅋㅋㅋ
그래도 내용은 알찰테니 한번 들어주세요!
지금 LOI 넣고 실사 중인 SaaS 매물 있잖아요.
이거 들여다보면서 두 가지 핵심 주제를 머릿속에서 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어떤 SaaS를 사야 하는 것인가? (인수 필터)
사고 나서 어떻게 키울 것인가? (SaaS 인수 플레이북)
근데 결국 고민을 계속 양끝단으로 해도, 결국은 하나의 주제로 수렴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그 합쳐지는 지점에 대해서 좀 이야기 해보려고요 해요.
그래서, SaaS 롤업이 정말 가능하긴 한가요?
e커머스 브랜드 에그리게이터들이 대부분 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수 단위 경제부터 말이 안되는 구조였다고 보거든요. 하나 인수할떄마다 올라가는 운영 코스트, 내려가는 현금흐름. 추가로 인수할때마다 운영코스트만 커지고, 현금흐름만 떨어지고.. 다른 포폴과 시너지가 안나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죠.
반면, 지금 저희 법인에서 커머스 롤업을 돌리는 방식의 핵심은 고정비/변동비 쪽에서 비용 구조를 공유하면서 인수한 매물들의 비용 시너지를 만들고, 애초에 운영 비용이 매출에 비해 작은 커머스만 인수하는 방식이에요. (브랜드 에그레기어터랑 전략이 근원적으로 다름)
하지만 지금 하려고 하는 SaaS 롤업은 오히려 구조는 브랜드 에그리게이터들이랑 비슷해요. 하나 인수할 때마다 이전 포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자산들이 별로 없고, 한 도메인 안에서 연쇄적으로 인수하지 않는 이상 포폴별로 업셀링 하기도 힘듬. 개발인력도 결국 AI로 최적화 한다고 해도, 플젝이 여러개면 context switching 비용이 계속 올라가고, 결국 운영자는 각 플젝별로 늘어나게 될 수 밖에 없음.
이러면 차라리 운영자 기반 롤업 말고, 홀딩스 구조가 더 나을수도 있음. 시너지 말고 그냥 들고 가면서 현금흐름만 뽑는 구조. 근데 홀딩스 구조는 인수가 2억 언더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별로 없음.
근데 그럼에도 과거에 마이크로 saas 롤업 2021~2023에 해외에서 가능했던 이유는 “마진이 충분히 두툼”했어서 가능했음. 경쟁자 들어오는 속도고 엄청 느렸고. (대신 매물들이 멀티플이 많이 비싸긴 했지만)
근데 지금 그 SaaS 롤업이 가능하던 이유이던 “두툼한 마진”은 근원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음. AI덕에 압도적으로 낮아진 개발 생산력 때문에…
결국 인수 해놓고 가만히 들고있으면, 높은 확률로 감가함. 어떤 사업이든 마찬가지지만, 요즘처럼 개발생산비용이 너무나 저렴해진 세상에서는 SaaS는 더더욱.
그러면 우짜냐, 인수하지 말라는거냐? ㄴㄴ
해자. 결국 해자가 너무 중요해졌다는 의미.
SaaS 시장에서는 인수자는 해자를 기준으로 인수 기준도 짜야하고, 해자를 기준으로 성장 플레이북도 짜야한다. 그냥 고객수 많고, MRR 높은 SaaS를 낮은 멀티플에 산다?
이건 너무 2023년 플레이라는 말.
VC들이 맨날 묻는 해자랑은 좀 결이 다르긴 함.
VC들이 창업자 피칭받을 떄마다 물어보는 ‘그래서 해자가 뭡니까?’ 같은 뻔한 이야기는 아님. 난 VC가 아니니까,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서 10년 뒤에 생길 해자 이런건 해당 안됨. 지금 당장, 혹은 한달 뒤에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자가 중요함.
나는 결국 인수해서 회수하는 시간동안 현금흐름을 뽑을 수만 있으면 되는 입장임. 그러니 결국 매물이 가지고 있는 해자는 현금흐름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으로 연결됨. 그리고 매물을 변형해서 새로운 해자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성장 플레이북으로 연결됨.
높은 성장은 필요없음. 그게 VC들이 원하는 해자와 내가 원하는 해자의 가장 큰 차이.
즉, 인수 창업가 입장에서 쉽게 생각하면.
유효한 해자가 이미 있으면, 좋은 딜.
유효한 해자를 생각보다 쉽게 만들 수 있다? 나쁘지 않은 딜.
아무런 해자도 없고,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해자 못만들겠다? 그러면 패스.
복잡하게 기준 10302490개 있는거보다, 간단한 기준 한개가 더 좋음.
어떤 해자들이 나 같은 인수창업가에게 도움이 될지 한번 이야기 해보겠음.
해자 1.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가 추가될수록 기존 사용자의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를 말하는데..
너무 남용되는 해자이긴하지만.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면 일단 어쩔수없음.
특히 이미 고객이 존재하는 서비스를 인수하는 인수창업가 입장에서는, 가장 잘 레버리지 해야하는 해자일 것 같음.
예를들어, 네트워크 효과가 동작 안하는 SaaS를 인수해서, 인수 후에 네트워크 효과가 생기게끔 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이건 나쁘지 않음. 예를들어, 서비스는 그대로 두고, 고객 여정 어딘가에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할 마켓플레이스나 플랫폼으로 연결시키는 방향?
세일즈포스도 CRM SaaS에서 플랫폼으로. Shopify도 쇼핑몰 SaaS에서 커머스 생태계로 진화했음.
해당 해자를 사용할꺼라면, 핵심 질문은 결국 그럼 ‘이 비즈니스가 해자를 가진 플랫폼으로 진화할 여지가 있는 구조인가?‘
해자 2. 전환 비용
전환 비용은 결국 기존 고객들이 새 제품으로 떠나는 게 기술적으로 비용적으로 비싸지는 구조의 해자를 말함.
예를들어, 새로운 서비스로 전환하려면 데이터 많이 이전해야하면.. 경쟁자가 ‘조금’더 좋아진 정도로는 안넘어감..
내가 지금 섭스텍을 이것때매 못떠나고 있고.. 옛날에 자비스도 전환 비용 해자 때문에 이탈하는 데 꽤 오래 걸림.. 경쟁 기장 서비스가 너무 싸고 좋았는데, 자비스에서 제공해주는 대시보드가 너무 편해서 계속 썼음.
물론 탈퇴를 막아버리는 악의적인 구조의 개발 방향을 말하는건 아님 ㅋㅋ 오히려 고객의 데이터가 쌓이면, 더 쓰기 좋은 서비스로 발전하는 구조가 맞는 방향임.
데이터가 단순하 쌓이는 걸로 끝나면 안됨. 이 데이터를 통해서 추출되는 인사이트가 핵심인데. 그 도구를 통해서 추출되는 인사이트가 이용자의 생존과 직결되어야 함. (5 why 기법)
즉, 만약 인수 대상 SaaS가 영업 관련 SaaS였다면, 단순 세일즈 관리 CRM을 넘어서, "이 도구를 통해서 추출되는 인사이트가 이용자(영업담당자)의 생존가 직결되어야 함. 그러면 이용자의 KPI는 무엇인가? 이 제품을 쓰지 않으면, 5번의 why로 이들이 해고로 연결되는 가?
전환 비용 해자를 만드는 레버는 물론 데이터 축적 외에도 많음. 매물별로 어떤 레버를 적용할 수 있는지 항목별로 점검해봐야 함.
해당 해자를 사용할꺼라면, 핵심 질문은 결국 그럼 ‘어떤 데이터가 쌓여서, 이용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게 할 수 있을까?’
나머지 해자들도 계속 공부해야 함.
오늘 이야기한 건 네트워크 효과랑 전환 비용 두개뿐임. 이 외에도 적용 가능한 잠재적 해자 카테고리는 몇 개 더 있음.
예를 들어 인수하는 SaaS가 법, 감사, 보안 규제 같은 컴플라이언스가 심한 산업군에 있으면, 그 자체가 경쟁자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해자로 작용함. 혹은 한국으로 치면 막 엄청 험한 산업 도매시장, 화물트럭 뭐 이런 곳에서 서빙되는 제품이거나.
반대로 단순한 LLM wrapper 같은 거라면, 매출이 지금 얼마나 크던, 누구나 결국 똑같이 만들어서 더 저렴하게 들어와서 기존 고객을 뺏을 수 있으니까.. 얼마나 싸건 인수할 가치가 거의 없죠.
핵심은 통상적인 해자 카테고리 자체가 결국 가장 좋은 인수 필터가 된다는 거예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발명할 필요가 없어요. 기존 모트 이론을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고, 매물 하나하나에 대입해서 점검하는 게 인수 필터의 본체.
저는 이걸 지금 실사 중인 SaaS 매물에 대입해서 점검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항목별로 '이 매물에는 이 해자가 어느 정도 있나?', '없다면 인수 후에 이 해자를 만들 레버가 있나?' 이런 걸 찍어보는 거죠. 인수 필터인 동시에, 인수 후 플레이북 설계도가 같이 나와요.
마무리
이번 주 brain dump를 한 줄로 줄이면…
그냥 고객 좀 있고, 자동화 잘 되어있고 심플한 UI를 가진 ‘제품’을 인수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해자를 설계할 수 있고, 이미 잘 설계된 해자를 가진 ‘자산’을 인수하는 게 의미가 있어요.
말도 안 되게 저렴해진 LLM 토큰값이라는 일시적인 홍수가 지나가고 나면, 그 사이에 살아남는 제품들은 결국 성 주위에 얼마나 깊고 튼튼하게 물도랑(해자)을 파놨는가에 따라 갈릴 거예요.
그럼 이번 주는 여기까지! 재미있게 읽어줘서 고마워요!
▎ 목요일 받아보세요. 인수 직전 사람의 머릿속을 그대로 옮긴 글이 매주 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