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진양입니다.
요즘 슬슬 새로운 인수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한동안 SaaS 위주로 보다가, 커머스 매물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근데 요즘 매물들을 보다 보니, 간혹 매도자분들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대표적으로 매물을 보다 보면 매출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벌 사업이니, 그만큼 값을 더 받고 싶다는 이야기겠죠? 그래서 막 제이커브를 그리는 차트를 보여준다거나, 단기간에 엄청나게 성장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해요. 제 생각에는 투자자에게 피칭할 때 뭔가 성장을 보여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은…
그런데 저는 6개월 동안 매출이 쭉쭉 오른 회사보다, 5년째 비슷한 매출을 내는 회사가 훨씬 더 좋아요.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제가 뭐 성격이 이상해서, 아니면 고난을 더 좋아해서 성장하는 사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ㅋㅋㅋ 이게 인수 창업가의 마인드셋을 좀 잘 읽어야 하는 구간인데요. 사실 매도자분은 앞으로 얼마나 더 벌 수 있는지를 설득하려는 경우가 많고, 저 같은 인수자는 지금 벌고 있는 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받을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하거든요.
좀 더 자세히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성장은 정말 그냥 보너스이고, 지금 버는 돈이 가장 먼저입니다
사업이 잘되고 있으니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최근 매출 그래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면 더 그렇겠죠. 이제 막 제이커브를 그리기 시작했으니 지금의 숫자만 보지 말고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봐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매물 중개인이 이렇게 설명하는 경우도 봤어요. (아, 정말 저 같은 인수자를 이해하고 있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었죠.)
딱 설명을 드리자면… 저는 사업을 인수해서 성장시키고, 나중에 더 비싸게 팔아서 회수하는 계획에 너무 많은 것을 걸고 싶지는 않습니다.
성장에 많은 것을 베팅할 것이었다면, 좀 더 업사이드가 큰 사업을 했겠죠?! 성장을 시켜야 하는 사업을 하게 되면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집니다. 제가 정말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그때 시장은 어떨지, 원하는 가격에 사줄 사람이 있을지. 내일 눈을 뜰지도 모르겠는데, 2년 뒤와 5년 뒤에 맞혀야 할 정답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잘 키워서 더 비싸게 팔 수 있으면 좋겠죠. 다만 그걸 꼭 해내야 돈이 되는 가격으로 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더 커질 수 있는지보다, 지금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위험이 얼마나 줄어들어 있는지에 더 큰 가치를 둡니다. 상방이 열려 있으면 좋지만, 먼저 단단하게 만들고 싶은 것은 하방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5년째 성장 없이 평평한, 오히려 약간의 마이너스 성장을 해온 사업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성장하지 못한 회사이기도 하지만, 여러 시기를 거치면서도 매출을 이어온 회사이기도 하니까요.
언제 잘 팔렸고 언제 덜 팔렸는지, 비슷한 흐름이 다음 해에도 나타났는지, 그동안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그대로 해왔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매출이 평평하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현금이 남았다는 뜻은 아니니, 비용을 빼고 실제로 남은 돈도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돈이 반복해서 남았는지를 봤다면, 그다음에는 그 반복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집중해서 보게 됩니다.
매출은 평평한데, 대표님 혼자 전력 질주 중
평평한 매출이라고 모두 다 같을까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는 같은 상품을 비슷한 방식으로 몇 년째 꾸준히 팔아서 유지한 매출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 없이 기본적인 마케팅만 계속해도 꾸준히 재구매가 나오고 팔리는 사업이요.
반대로 어떤 사업은 대표님이 매번 새로운 상품을 찾아내고, 콘텐츠를 만들고, 고객 반응에 맞춰 방향을 바꾸면서 겨우 유지한 매출일 수도 있고요.
매출표에서는 둘 다 평평한 선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넘겨받아야 할 일은 꽤 다르겠죠. 그래프만 평평하고, 그 아래에서 대표님은 5년째 전력 질주 중이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고객도 봐야 합니다. 5년 동안 비슷하게 팔렸다는 사실이 같은 고객이 계속 돌아왔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존 고객이 다시 산 것인지, 매번 새로운 고객을 데려온 것인지. 재구매했다면 왜 다시 샀는지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차이는 인수한 다음에 제가 해야 할 일로 이어집니다.
매일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몇 명 필요한지. 제가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인지,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는 일인지. 특정한 사람이 빠지거나 어떤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매출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도 궁금합니다.
저에게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뿐 아니라, 그 일이 어떤 종류의 어려움인지가 중요합니다.
절차를 익히고 기준에 맞춰 반복하면 되는 일인지, 계속 새로운 판단을 잘해야 하는 일인지. 맡길 수 있는 일이라면 사람을 구하고 관리하는 데 어떤 부담이 있는지도 봐야겠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매도자분들이 “자동화되어 있어서 누구나 운영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찾는 조건은 또 ‘자동화’라는 말과는 결이 좀 다릅니다.
오히려 ‘자동화’가 힘든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아무나 운영할 수 있고, 손이 거의 안 가는데, 현금까지 꾸준히 들어오는 사업이라면 저만 갖고 싶은 것은 아닐 테니까요. 이런 유니콘 같은 사업이 있다면 저에게 올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일이 조금 들어 있는 사업에 관심이 갑니다. 대신 그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습니다.
SaaS의 경우에는 예를 들어 개발 업무를 감당하고 B2B CS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만으로도 접근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매물에 따라서는 24시간 핫라인을 유지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실시간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정말 스윗스팟은 ‘어떤 사람들은 약간 부담스러워하는 일이 조금 포함된 사업’입니다. 거기서 요즘은 기존 인력이 맡던 업무 일부를 AI로 처리할 여지가 있다면 더 흥미로워지고요. 다만 제가 그 업무를 실제로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정말 가능하다면 매도자가 운영하던 방식보다 시간이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업성 개선으로도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커머스에서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의류 쇼핑몰이나 휴대폰 케이스를 파는 매물을 보면, 벌어들이는 매출이나 수익에 비해 가격이 낮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근데 이걸 단순하게 ‘의류는 원래 좀 싸’라고 생각하면 제 조건에 맞는 좋은 매물을 놓치게 될 수도 있어요.
이런 매물이 더 낮은 가격에 나올 수 있다고 제가 해석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계속 팔리게 만들려면 새로운 상품을 골라내거나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무엇을 좋아할지 판단하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다시 시도해야 하고요. 시장이 좋아할 만한 감도를 계속 테스트해야 하는 거죠.
그렇다 보니 가격에는 ‘누가 이 일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크게 반영돼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팔릴까?’라는 질문 안에 ‘앞으로도 팔리게 만들 일을 우리가 할 수 있을까?’가 들어 있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해당 상품에 대한 감도가 좋은 인수자에게는 계산이 달라질 수 있겠죠. 다른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 본인에게는 익숙한 일이라면, 그 부담이 반영된 가격으로 사업을 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개발도 하고, 옷도 고르고, 디자인도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낮아 보이는 가격의 배경을 들여다봤더니, 하필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매출을 유지하는 데 아무나 쉽게 대신할 수 없는 요소가 있는데, 그 부분을 제가 맡거나 운영 방식을 바꿔 해결할 수 있는 사업. 그러면서 현금은 이미 오랫동안 반복해서 남아온 사업이요.
요즘은 그런 매물을 찾고 있습니다. 말로 하면 참 좋은데, 막상 찾으려니 잘 안 보입니다. 매출의 반복성도 마음에 들어야 하고, 운영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가격에도 그 기회가 남아 있어야 하니까요.
마지막에는 ‘제가 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확인합니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꽤 그럴듯합니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제가 할 수 있으니, 그 부담 때문에 가격이 낮아진 사업을 사면 된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이, 실제로 해야 하는 일의 전부가 아닐 수 있습니다. 매도자분이 설명해주신 업무는 감당할 만한데, 설명에 빠진 일이 많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그분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별일 아닌 일이, 저에게는 매일 몇 시간씩 필요한 일일 수도 있고요.
매출을 유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여쭤보면 대체로 어렵지 않다고 하십니다.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저는 먼저 매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업무와 인력을 파악하고, 제가 직접 할 일과 위임할 일을 생각해봅니다. 이번에는 그다음 실제 업무가 돌아가는 모습을 따라가며, 처음 계산에서 빠뜨린 일이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계약금을 넣고 실사하는 동안 했던 섀도잉도 그런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SaaS 인수에서는 최근 6개월 동안 들어온 버그 리포트를 전부 점검하고, 각 문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업무 환경으로 쓰던 슬랙과 노션도 인계받을 수 있어서 실제로 어떤 업무가 오갔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만약 인수를 위한 섀도잉을 하는데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저는 매출 하나를 중심에 놓고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매출이 계속 나오게 하려고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을 위해 어떤 인력 구성이 필요한지. 지금 일하는 사람이 빠지면 누가 대신해야 하는지요.
하루가 바빠 보이는지 한가해 보이는지를 보는 것보다, 매출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노동을 따라가 보는 겁니다.
그래야 설명을 들을 때 놓쳤던 일도 찾을 수 있고, 제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 맞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제가 찾는 것은 일이 없는 회사가 아닙니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그 일을 감당하고도 기대한 현금이 남는 회사입니다.
남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일을 제가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못 해서 싼 회사를 사고 싶은 것이지, 저도 못 하는 회사를 싸게 사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넘겨받은 회사를 더 키울 수 있으면 좋겠죠. 다만 꼭 키워야만 좋은 인수가 되는 가격으로 사고 싶지는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