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진양입니다.
최근 들어 인복과 일복이 동시에 터졌는지, 찾아주시는 분들과 명절 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겹치면서 하루하루가 정말 정신없이 흘러가네요. 그래도 최근 몇 번의 미팅 덕분에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던 주제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서, 수면은 부족해 머리는 멍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솔직히 잠을 많이 못 자서 오늘 글은 맥락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아직 생각이 덜 정리된 상태라 아주 raw한 브레인덤프 그대로 풀어내 보겠습니다.
최근 글들을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저는 최근에 “인수창업 생태계를 키우는 일”과 “인수한 사업체를 키우는 일” 사이에서 계속 충돌을 겪어왔습니다. 둘 다 하고 싶은데, 어디에 집중해야 10년, 20년 뒤에 “그때 내 30대 가장 프라임 타임을 가장 제대로 썼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이 계속 있었어요.
사실 이 고민은 오래된 건데, 최근 들어 선택과 집중을 할 만큼 일이 많아지면서 더 표면으로 떠오른 것 같아요. 지난 3주만 해도 인수창업 책 번역출판, 패스트캠퍼스 강의 준비, 외부 강연 등 시장 인식 개선과 활성화에 꽤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덕분에 근 3주 동안 인수한 사업체에 대한 업무들은 전부 동업자 잭 담당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최근 미팅 중에서 머리를 띵하게 만든 질문이 있었습니다.
“진양님은 인수창업으로 얼마까지 벌고 싶어요? 재무적인 목표가 혹시 있어요?”
막연하게 “3~4년 키워서 매각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얼마의 규모로 키워야 매각이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냥 ‘직원에게 위임해도 굴러가는 회사로 만들자’ 정도만 상상했던 것 같아요.
변명 해보자면, 아마도 제가 주로 경험해온 잠재적 매수자들이 2억 언더 매물을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회사를 크게 키울수록 매각 시장과는 멀어진다”는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받아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개인들(1~5억 매물)뿐 아니라 50~100억 매물을 노리는 시장도 있다는 걸 좀 더 와닿게 경험하게 되면서, 인수한 사업체를 키우는 재무적 목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러프하게 오늘 재무적 목표를 잡아봤습니다. 인수창업으로 100억짜리 회사를 만들어보자!
그럼 만약 100억짜리 회사를 만든다고 목표하면, 대충 영업이익을 20억 정도 하는 회사라고 가정해봅시다. (후하게 에비따 5배 정도로 기업가치를 잡았을 때?). 그리고 에비따 마진을 10% 정도로 가정하면, 결국 연매출 200억 정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현재 하남 물류창고 기반 예상 연매출은 약 10억인데, 이거 세팅하는데 인수 비용으로 약 1억을 썼습니다. 그러면 이론상 20억을 더 넣으면 20배 커져서 기업가치 100억이 된다는 계산이 나오죠. 물론 아주 나이브한 가정이고, 그냥 베이스 숫자입니다. (베이스 가정 → 인수비용:연매출 = 1:10)
지금 하남 물류창고 한곳에서 인수한 두 개 사업체의 고정비는 대부분 커버되고 있고, 추가 매출이 들어오면 고정비에 흡수되니까 이익 전환 속도는 빠릅니다. 다만 물리적 한계가 있어 지금 이대로면, 연매출 20억 정도가 한계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PB상품 확대, 객단가 개선, 조금 더 작고 비싼 독점상품 확보 등을 하면 30~40억까지는 가능할 것 같구용.
그렇다면 위 가정들로 한번 기간 프로젝션을 잡아보면.. 1~2년차에 지금 속도로 가면 30억 매출까지 끌어올리고. 그 과정에서 생긴 연 3억 정도의 자유 현금흐름을 다음 인수 자금에 재투자하면 연매출 가속이 붙습니다. 러프하게 계산하면 3억 넣어 30억 매출을 만드는 구조(위에서 언급한 1:10 비율)니까, 5~6년차에 100억 매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온라인 커머스는 성장 플레이북이 워낙 많은 시장이라, 리스크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장점은 오너십과 자율성을 완전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단점은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점입니다. 결국 시간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럼 속도를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예를 들어 20억의 투자금이 생긴다면?
대충 12억은 추가 인수 자금, 8억은 운영에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10억 이상 매물 중에서 우리 물류 파운데이션과 시너지를 내고 조직 DNA를 강화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사업체”를 인수하는 게 맞겠죠. 작은 화물회사, 마케팅 에이전시, 소형 제조사 같은 것들도 가능할 것 같고.. 이 처럼 꾸준하게 매출은 만들고 있지만, 매출의 질이 좀 좋은 회사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이 경우, 새롭게 인수하게 되는 파운데이션 사업체가 무엇이 되냐에 따라서 100억회사 만드는 가속 속도나 전략이 달라질 것 같고요.
근데 만약에요..
이 투자금 20억을 디지털 커머스가 아닌 시장에서 인수를 한다면?
다른 경쟁 PE들이 진입하기 힘들면서, 우리팀의 엣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소프트웨어 인수가 있겠네요.
오늘 미팅에서 알게 된 Bending Spoons라는 이탈리아 회사가 좋은 예였어요. Evernote처럼 성장 동력을 잃은 회사를 아주 싸게 사서, 극단적인 구조조정과 효율화를 통해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최적화하는 방식이더군요.
우리 팀은 개발/IT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으니까, 인수 후 운영을 통합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리펙토링하고, 수익 최적화하는 건 충분히 자신 있는 영역입니다. 물론 막상 하면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결국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진짜 어려운 건, 딜소싱쪽.. 즉, 한국에서 이런 소프트웨어 매물을 싸게 찾을 수 있느냐겠죠. 이 구조는 결국 성장동력을 잃은 회사를 아주 싸게 사야 구조가 돌아가니까요. 게다가 동시에 지속적인 제품 잠재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걸 문장으로 풀어보면 이런 기준이 생길 것 같아요.
“버그는 많고 욕은 먹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꾸준히 쓰는 제품”.
그럼 떠오르는 한국 서비스들이 몇 개 있습니다…(잠시 생각해본게 이 정도고.. 아마 더 많겠죠?!) HR, 알바 채용 플랫폼들, 소모임 서비스, 하나팩스 같은 구형 B2B 툴들. 더 나아가면 한글, 한컴오피스 같은 것도 있죠. 브런치? 요즘 카카오톡? 이렇게 생각해보니 우리가 욕하면서도 계속 쓰는 국내 서비스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지속적인 제품 잠재력). 이 중에서 성장 동력을 잃은 애들 중에서 적자인 친구들을 찾으면 되겠네요.
소프트웨어는 에비따 마진 30% 정도로 잡아도 되고, 멀티플 10배 정도로 계산하면… 연매출 20~30억만 해도 100억 가치네요. 즉, 적자나는 IT 제품 사서, 다이어트 시켜서 하방 막고, 데이터 기반으로 LTV 극대화 시키면서 연매출 20~30억 짜리 회사로 만들 수 있으면 되는 구조겠네요. (말은 늘 쉽지!)
그러면, 이런거 한 2-3개 가지고 있으면, 개발, 운영, 마케팅 인력들 공통 조직으로 활용해서 고정비 절감시키고. 흠, 이론상으로는 매물만 싸게 살 수 있으면 가능하겠네요.
자.. 이제 Brain Dump 정리!
흠.. 오늘 Brain Dump 너무 정신 없어서 한번 정리하면, 지금 제 앞에 인수창업으로 100억짜리 회사를 만드는 세 가지 길이 있는 것 같네요.
외부 투자 없이 자체 현금흐름만 재투자 → 6~7년
20억 투자 받으면서 속도 단축 → 3~4년
XX억 Bending Spoons식 IT제품 2-3개 인수 → 새로운 섹터에서 인수창업 여정
물론 아직은 엄청 나이브한 탐색이고, 이제부터 진짜 시뮬레이션 만들어봐야죠.
그럼에도, 이렇게 전략들을 다 나열하고 보니.. 인수창업을 통해서 반복 가능하게 100억짜리 회사를 만드는 게임처럼 느껴져서, 뭔가 좀 더 흥미가 생기네요. 막연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보다는 확실히 숫자를 보는게 더 재미있긴하네요ㅎㅎㅎ
쨋든! 어떤 전략을 택하든, 앞으로 100억 짜리 회사로 만들어나가는 여정, 재미있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