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진양입니다.
오늘은 가벼운 창업일지 글을 가져왔습니다.
신규 음료 도매 사업체를 인수한 지 어느덧 13일째 되는 날, 약 2주 반 정도가 지났네요.
6월이 지나고 7월이 되어버렸습니다. 포장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들이었어요.
이 여름에… 창고 안에서 땀 뻘뻘 흘리며 30캔짜리 음료를 수백 박스씩 옮기는 작업은,
지게차를 써도 힘든 건 어쩔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굳이 찾아보자면, 허리와 등근육은 나름 단단해졌고
허리를 다치지 않으려고 하체 가동범위를 넓히다 보니
고등학생 이후로 안 해본 햄스트링 스트레칭을 요즘은 제법 자주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몸에 깃드는 건강한 정신!
이러면서요ㅋㅋㅋ
… 여튼, 인수하고 나면 이렇게 정신없이 온보딩에 매달리느라 항상 까먹는 일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인수’에 대한 회고입니다.
요즘처럼 창업 사이드에 매몰되다 보면, 정작 인수 창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인 ‘인수 실력’을 키우는 걸 종종 잊게 되거든요.
인수창업가는 ‘인수 실력 50%’ + ‘창업 실력 50%’ 라는 점을 까먹으면 안됩니다. 즉,
“내가 이 사업을 인수할 때 어떤 가설과 논리로 결정을 했고, 실제로 인수해서 운영해보니 어떤 건 맞고 어떤 건 틀리더라. 그럼 다음엔 실사할 때 어떤 항목을 더 치밀하게 봐야겠구나.”
이런 식의 회고가 반드시 있어야 인수 실력이 늘 수 있는거죠.
하지만 현실은 늘 반복… 똑같습니다. 막상 인수한 뒤에는 정신없이 운영에만 매달리게 되고, 인수 전에 어떤 고민을 했는지는 금세 잊히곤 합니다.
생각보다 인간의 기억력은 별게 아니라서요ㅠㅠ
그래서 이번 글은, 제가 잊기 전에 이번 음료 도매 사업체를 인수하며 가졌던 몇 가지 가설과 프로젝션을 중심으로 회고를 남겨보려 합니다. 과연 진양이 가진 가설들이 얼마나 맞았을까요?!
일단, 매출에 대한 프로젝션..! 이 가장 중요
매출이 모든 인수에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인수 창업이 기존 창업보다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창업 첫날부터 매출이 나오는 점입니다. 이걸 최대한 잘 활용해야해요. 그렇기에 매출과 연결된 모든 곳에 대한 가설은 디테일하게 나와있어야해요.
예를들어
‘매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업무량은 어느 정도이고, 그 업무를 처리하는 데 드는 시간은 얼마나 되며, 남는 시간엔 매출 향상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이런 계획은 적어도 인수 전에 그려져야 합니다.
즉 작년 대비, 전월 대비 매출이 어떻게 나올 것 같고, 원가율이 몇 %이고, 순마진이 얼마나 날 것인지에 대한 작은 가설들은 무조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숫자들을 기반으로 시간을 분배할 수 있죠.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 이번 인수는 무인 스낵점과의 볼트온 전략을 염두에 둔 인수였기 때문에
엄청나게 디테일한 프로젝션을 세우진 않았어요. (도매 매물이 흔한 것도 아니었고… 살짝 회까닥한 건 인정합니다ㅠㅠ) 그래도 약식으로라도 나름의 추정치를 만들긴 했었는데..
인수 직전에 만든 매출 추정 대비 실제 매출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작년 6월 대비 너무 시원하기도 했고) 다행이 계절이 다시 더워지자 매출이 늘어나는 추이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고,
크게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전반적인 경기 둔화 흐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고요.
현재 인수 후 약 15일 시점 기준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매출은 약 2,700만 원,
전자세금계산서 기반으로 직접 문의 들어온 계약 건들까지 포함하면
약 보름 기간동안의 매출은 약 3,000만 원 정도로 보입니다.
월 매출로 환산한다면 6천 정도.. 일단 페이스는 괜찮습니다.
두번째는 낮은 CS율과 높은 재구매율에 대한 가설
이번 인수에서 제가 가지고 있었던 또 하나의 가설은,
도매 고객이 주를 이루는 상품군의 경우, CS 비율이 낮고 재구매율은 높을 것이다
라는 점이었어요.
소매 위주의 스토어에 비해 이건 꽤 큰 차별점이 될 수 있고, 향후 다른 B2B 스토어 인수 시에도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제가 어떤 수치가 ‘좋은 숫자’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이건 앞으로 하나씩 연구해보면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들어 앱이나 서비스들 처럼 제품의 카테고리마다 리텐션 지표를 보는 기준이 다른 것 처럼 (예: 게임 리텐션 vs 러닝 앱 리텐션) 커머스 제품도 사용 주기에 따라 분명히 다를 것 같거든요.
암튼.. 절대적 기준은 천천히 준비하고.. 지금 시점에서 확인한 결과로는 고객의 약 12%가 재구매를 하고 있고, 전체 주문 금액의 약 30%가 재구매 고객에게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만으로도 앞으로 정성적인 비교 기준으로 삼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예를들어, 새롭게 인수하게 되는 B2B몰은 이것보다 더 수치가 좋네? 등.
가령, 재구매율이 11.7프로만 되어도 요즘은 송장 작업을 하다 보면 ‘어, 이 회사 또 주문했네’ 싶은 단골 업체들이 눈에 띄어요. 대략 이론적으로도 10명 중 1명은 재방문 중인 셈이니까요.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건, 1년에 주문 건수가 20회를 넘는 고객이 꽤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분들이 우리 스토어의 어떤 점을 매력으로 느끼고 꾸준히 재구매를 이어가는지를 더 잘 파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들을 해결해 나가면, 불완전한 스마트스토어에서 온전히 돌아가는 유통 비즈니스로 바꾸는 해답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무인 매장과의 볼트온 전략 실현 가능성
이 부분이 예상보다 조금 골치 아파진 파트입니다. 애초에 전 에피소드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무인매장과의 시너지를 생각하면서 식음료 도매 스토어를 인수했는데요.
실제로 음료 제품군이 늘어나면서, 기존에 마진율이 낮았던 아이스크림에서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음료 쪽으로 매출 분포가 확실히 이동하긴 했어요. (볼트온 가설은 어느정도 유효함 확인)
그런데 문제는, 음료를 직접 옮기고 입고하고 진열하는 데 드는 시간과 체력이 생각보다 꽤 많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이게 과연 ‘스케일 가능한 구조인가?’에 대해선 솔직히 물음표가 붙고 있어요.
스케일이 가능해야하고.. 그리고 둘째로는 투자로써 매력도가 있어야하는데
보증금 2천만 원에 시설투자 1천만 원을 들여 무인매장을 열었다고 치면,
연 매출이 잘 나와야 1억 2천 정도일 겁니다.
그런데 지금 인수한 음료 도소매 사업체는 보름 만에 매출이 3천만 원 가까이 나오고 있으니,
매출과 투입 시간 대비 효율을 비교하면 확실히 고민이 되는 지점이긴 해요.
게다가 무인매장은 전화가 너무 많이 옵니다. 사고도 많고, 민원도 꽤 있고요. (빌런들… 하)
물론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음료 도매업의 특성상, 잘 안 나가는 재고가 늘 생기는데,
이런 제품들이 오히려 무인매장에서는 은근히 잘 팔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코코팜, 봉봉 이런 제품들이요.
무인매장 운영도 거의 반자동화까지는 해놨지만, 완전 자동화가 아닌 이상 운영 이슈는 계속 발생할 것 같아요. 무인 스낵점 기준으로, 완전 자동화는 결국 돈이 필요한 영역이 되고.. 그것은 곧 사업성의 하락이니깐요.
그래서 오히려 반대로, CS 부담이 거의 없는 무인 탁구장이나 무인 테니스장 같은 곳을 인수해서
그 안에 우리 음료 자판기를 설치하는 방식도 괜찮은 전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 매우 추상적인 상태이긴한데, CS부담이나, 재구매율, 업셀링 잠재력 등을 고려했을때 충분히 무인 스포츠시설로 테스트 해볼만한 영역 같아요.
여튼
결국 오늘 글은, 두서없는 회고처럼 흘러가버렸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인수 전에 내가 세운 가설이 실제 운영에서 어떻게 검증되는지를 자꾸 돌아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인수 창업가가 되어가는 것.
창업 페이즈에 진입하면 자꾸 놓치는 부분이지만
인수 창업가의 강점은 결국 ‘인수 실력’에 있다는 사실, 그걸 계속 연마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그리고 여전히 느끼지만, 몇 천만 원으로 연 매출 수억짜리 사업체를 인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강력한 무기입니다. 물론 사기꾼도 많고, 많이 안 가본 길이라 위험도 많습니다.
그래도 결국, 내가 어떤 기준으로 투자하고, 어떤 원칙으로 사업을 바라볼지에 대한 나만의 틀
이것만 잡혀 있다면, 한 걸음씩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인수창업을 도전하시는 여러분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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