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의 인수창업: 스낵 프로젝트]
“진양의 인수창업: 스낵 프로젝트” 시리즈는, 두 개의 성공적인 프로젝트(유아 타이즈, K팝 구독박스)에서 얻은 배움을 바탕으로 더 큰 자금과 리스크를 감수하며 진입한 본격 인수창업 프로젝트입니다.
볼트온 전략을 보다 공격적이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키워가는 과정을 담았고
읽는 여러분도 마치 함께 인수창업을 해보는 것 같은 경험을 주는 창업 일지 형식의 콘텐츠입니다.1화 - 갑자기 왜! 무인 스낵점을 인수했을까?
2화 - 무인 매장이 늘어날수록, 스낵 제조 실험도 빨라진다
3화 - 레고처럼 조립해가는 무인 스낵 인수 창업, 다음 조각은?
4화 - 테토남 특: 인수에 필요하면 지게차도 배운다 (이번 편)
5화 - 인수 마감 전 72시간, 진짜 정신없는 이유
테토남 특: 인수에 필요하면 지게차도 배운다
요즘 카톡방에서 종종 테토남, 에겐남 관련 콘텐츠가 보여서 뭔가했더니
테토남은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남자, 에겐남은 에스트로겐이 많은 남자… 예전에 유행했던 육식남, 초식남 콘텐츠랑 크게 다르지는 않더라고요.
이런 이분법적이고 단순화된 분류는 언제나 젊은 세대한테는 스낵 콘텐츠처럼 잘 통하는 것 같아요 특히 그 허접한데 은근히 디테일은 잘 맞추는(?) 시각적 묘사가 바이럴을 더 자극하는 듯하고요. ㅋㅋㅋ
불과 어제는 ‘타입스’에서 만든 에겐/테토 성향 테스트가 터져서 접속이 마비될 정도였어요!
사이트가 터져서 성향 테스트는 못해봤지만, 진양은 분명히 테토남일꺼에요. 어떻게 아냐고요?
테토남 특: 인수 창업에 필요하면 지게차도 직접 배움.
그럼, 어떤 이유로 진양이 지게차를 배우게 됬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지난 에피소드에서: 전략 고민
이전 글에서는 인수한 무인매장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확장 전략을 어떻게 구축할지 그리고 전략에 맞는 신규 사업체를 인수해서 볼트온 하거나, 직접 전략에 맞는 사업을 만들어 붙이는 방식까지 같이 고민해봤어요.
결과적으로 확장 전략은 현실과 이상 속에서 끝없는 충돌이었고.. 아래 두 전략으로 귀결 되었죠.
현실적인 전략은 무인매장을 수평적으로 더 확보해서 유통 창구를 늘리는 것
이상적이지만 실현 난이도가 높은 전략은 도매 및 제조업체를 인수해 수직 계열화하는 것
그래서 진양의 귀여운(?) 자금력으로는 현실적인 수평 확장 전략 쪽에 무게를 두고
오늘도 언제나처럼 열심히 좋은 무인매장 매물들을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기회
그렇게 열심히 볼트온 시킬 매물을 찾던 중, 갑자기 뜬금없는데 꽤 괜찮은 매물을 하나 발견했어요.



무인매장 매물은 아니었고.. 음료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인데
연매출 10억 조금 안되게 2년 넘게 재무제표도 찍혀 있고,
대표자랑 직원 인건비를 판관비에 포함해도 영업이익률이 괜찮은
작지만 꽤 탄탄한 도소매 음료 회사였어요.
주 판매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고,
제조사로부터 직접 코드 발급 받아 물건을 매입하고,
스마트스토어를 통해서 여러 소매 채널에 납품하는 구조더라고요.
즉, 저희처럼 무인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보통 쿠팡이나 도매몰에서 물건을 채우는데, 저희가 거래하는 도매몰의 경쟁업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아직 규모는 작지만!)
매물과 사랑에 빠지기 전에, 현실적인 리스크는?
이 회사는 현재 60평 규모의 1동짜리 소형 창고에서 운영 중이고, 입출고를 위해 지게차 사용이 필수였어요.
문제는… 저희는 지게차를 몰아본 적이 없어요. 생각해보니 저는 현실에서 직접 본 적도 처음인거 같더라고요. 지게차를 꼭 사용해야 한다고 하니, 사고 위험도 있고.. 그냥 생각만 해도 무섭더라고요.
그리고 식음료를 도매 규모로 다뤄본 적도 없었기에, 재고 수천만 원 규모에, 폐기, 선입선출, 유통기한 등 막연한 두려움이 잔뜩 밀려왔어요.
거기에다 도매업은 현금 흐름에 민감하고, 흑자도산 주위 창업가들 이야기들도 생각나고.
사무실이랑 배송 인프라도 기껏 다 세팅해놨는데, 별도의 창고로 이동하게 되면 임대/복비 손실도 생기죠.
리스크를 생각하다보니 위험 리스트가 끝없이 길어집니다. 이렇게 위험 요소만 나열하다보면 절대로 인수 못하겠어요.
그럼 반대로, 업사이드는?
일단 도매업을 하는 사업체를 인수하게 될 경우 가장 큰 장점은
드디어 “Buy Then Build”의 저자 워커 디벨이 말하는 “플랫폼 사업체”를 확보할 수 있게 됐어요.
여기서 말하는 플랫폼은 흔히 아는 IT 플랫폼이 아니라, 다른 사업들을 얹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체를 의미해요.
“플랫폼 사업체”라는 말로 직역하기 보다는 “파운데이션 사업체”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네요.
가령, 기존에는 무인매장 1호점을 파운데이션으로 삼으려 했지만, 확장성엔 한계가 있었어요. 이미 인수한 1호점과 추후에 인수하게 될 다른 사업체와 공유할 자원이 마땅하지 않았거든요. (해봤자 SOP라던가, 도메인 지식, 그리고 공통 도매업체와의 신용 정도)
하지만 이런 도매회사를 “파운데이션 회사”로 삼으면, 무인매장뿐만 아니라 B2B 식품공급, 오프라인 간식 솔루션 등 여러 방향으로 자유롭게 확장해도 모든 자원을 공유 할 수 있어요.
즉, 도매회사를 “허브”로 삼아, 다양한 사업체들을 그 위에 얹어 계속해서 확장하기 위한 구조를 설계하기 훨씬 수월해지는거죠.
저번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볼트온 전략들이 오로지 단건 시너지를 위해서 더 집중했다면
이건 단기 수익보다 훨씬 큰 장기적인 전략적 업사이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바로 사랑에 빠져서 계약까지 논스톱으로 달렸어요.
가장 빠르게 일빠따로 양도자에게 연락을 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약식으로 실사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인가? 계약금을 넣었던 거 같아요.
다행히 운이 좋아 큰 문제는 아직 없었지만, 계약하면서도 속으로 그런 생각은 했죠.
“이러다 한 번 된통 당한다. 항상 의심하고 또 의심해라.”
그리고 이제 진짜 지게차를 배우러 갑니다
자, 그러면 처음에 말한 리스크들은 어떻게 됐냐고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 모든 리스크는 다 엄청 추상적인 두려움들이더라고요.
지게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커다란 재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흑자도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유통기한 관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이 막연한 두려움을 박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실을 직접 맞닥뜨리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체 계약금 넣자마자 동업자랑 바로 지게차 배우러 경기도 광주로 갔어요 ㅋㅋㅋ


처음 몰아보는 지게차, 디젤 엔진 소리는 너무 크고, 후진할 땐 뒷바퀴가 돌아서 상상 못한 방향으로 가고, 그런데 하루 종일 몰아보니까 아침보다는 훨씬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확실히 ‘막연한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막연함부터 제거하는 것 같아요. (아직 교육 많이 남았…)
막연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선 인수 미팅부터 시작해보자!
따뜻한 위워크 같은 공유오피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만 8년 넘게 해온 제가 이런 대형 창고에서 운영하는 도매 사업체를 할 수 있게 된 자신감(?)은 결국 인수창업을 위해 수백 개의 미팅을 다녔기 때문이에요.
미팅 중에서는 집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도 있었지만, 간혹 경기도 외곽에서 창고나 공장 기반으로 운영하는 업체들도 있었죠.
지금 인수한 업체보다 2-3배 큰 스케일의 사업체와 미팅하면서, 그 당시엔
‘내가 이런 사업체를 어떻게 사.. 이건 그냥 낭비된 시간이려나’ 싶었던 경험들이
결국 지금 이 사업체를 인수할 수 있게 만든 발판이 된 것 같아요.
테토남의 또 다른 특징은 이런 말이 있어요:
“회피보다는 갈등을 직면하는 쪽이며, 문제가 있으면 싸우고 끝내는 스타일”
인수창업이 두렵다면, 회피보다는 양도자와 직접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사람이 사기꾼일지, 정말 좋은 양도자일지는 50% 확률이지만, 그 미팅 하나가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는 것은 100% 이니깐요!
저랑 함께 인수창업이라는 미지의 세상으로 떠나봐요!
한글판 제가 한번 작업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