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살아남은 다음에 챙기는 낭만
한국의 ‘혁신 창업’은 2030 청년들을 지옥구덩이에 던지고 있다
안녕하세요 진양입니다!
매주 뉴스레터를 통해 생각을 남기다 보니, 확실히 옛날보다 제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최근에 알게된 ‘저’는...
도발적인 명제를 던지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그것을 증명해나가는 걸 즐기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그 페르소나가 던지는 명제 하나를 꺼내보려 합니다.
한국의 ‘혁신 창업’은 2030 청년들을 지옥구덩이에 던지고 있다
세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저는 한국 창업신에서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라는 단어가 아주 남용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혁신 창업’을 나라가 장려하는 방식이, 결과적으로 수많은 2030 청년들을 지옥구덩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제 세계관은… 너무 많은 동료 창업가들이 ‘혁신적인 창업’을 쫓다가 본인들의 2030을 날리고, 경제적으로 파멸에 이르는 모습을 많이 보며 만들어지긴 했어요. (그렇게 인수창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물론 근데 제 개인적인 세계관을 우기는건 의미 없을꺼고.. 한번 들어보세요.
#1: 빠르게 큰 회사들은 사실 ‘혁신’으로 크지 않았다
Inc. 500에서 조사한 내용인데, 언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500개 기업 리스트를 뽑아서 조사 했었는데. 그때 조사 결과 70% 이상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에서 고객의 문제를 관찰해 ‘약간 변형’한 케이스였어요.
제가 이제 10년차 창업씬에서.. 아주 가까이서 본 풍경도 근데 비슷해요.
직접 눈으로 본 창업자들 중 진짜로 돈을 번 사람들은 대부분 시장의 비효율을 빠르게 발견해서 아비트리지로 돈을 번 사람들이었어요. 진짜 의미의 ‘혁신’으로 창업한 사람은 극소수고요.
한번 한국 대표 스타트업 100개를 뽑아봐요. 대부분 본질은 아비트리지 아닌가요. 미국 서비스 한국으로 포팅, 중국 앱 한국으로 포팅, 일본 비즈니스 모델 한국으로 포팅… 크로스 보더, 크로스 플랫폼 아비트리지형 창업이죠
VC도 알고 창업자도 다 아는데, 인정하면 짜치니까 쉬쉬할 뿐이죠.
#2: 그런데 왜 다들 ‘혁신’이라고 우길까요
‘혁신’ 서사가 잘 팔리니까요.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 멋있죠. “나도 언젠가 저렇게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 창업가가 되고 싶다!” 외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고, 그런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도 멋있고.
정부도 물론 이 게임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기존 산업에서 아비트리지 기회를 찾아 약간 개선하는 평범한 창업’에는 자금을 잘 안 주거든요. 자영업자 지원금 정도가 나올 뿐이에요.
창업 혁신 자금을 받으려면 옛날에는 뭐에든 플랫폼을 붙여야 했고, 요즘은 AI를 붙여야 합니다. 안에서는 그냥 단순한 아비트리지인데, 다들 자기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적’인 척 포장하는 거죠.
#3: 삼성도 설탕 아비트리지로 시작
삼성도 설탕 유통으로 시작했습니다. 설탕 유통에 무슨 혁신이 있었을까요.
지금 잘나가는 테크 유니콘들도 처음에는 비효율을 개선하는 아비트리지로 시작했지, 처음부터 ‘혁신’과 ‘창조’를 외치며 밀고 들어간 경우는 더더욱 극소수예요.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한 시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시대에 돈을 번 수많은 창업가는, 마차를 소유한 마부들의 비효율을 개선해주는 사업으로 돈을 벌었어요. 더 빨리 마차를 수리할 수 있게 도구를 만들어 판다거나. 이런 아비트리지형 창업을 한 사람들은, 자동차가 나와도 다시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아비트리지형 창업이 하방에 특화되었다면, 혁신 창업은 상방에 특화된 느낌이죠.
그래서, 혁신은 살아남은 다음에 챙기는 낭만이다
기반 자본이 쌓이면 혁신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일단 먹고 살기 시작해야, 용산에 집도 사고싶어지는 것 처럼요.
혹은, 삼성이 설탕을 팔아 커진 다음 반도체 혁신을 추구한 것처럼요.
혁신은 살아남는 것보다 우선이 아닙니다. 살아남고 자본을 쌓은 다음에야 비로소 챙길 수 있는, 낭만 같은 거예요.
근데 너무 뭔가 미디어, 정부, VC, 심지어 동료 창업가들도. 혁신 창업 안할꺼면 창업 왜함? 이런 인식이 많은 느낌. (창업 자체의 즐거움이 분명히 있는데 ㅠㅠ)
그래서 저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시장의 비효율을 빠르게 포착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틈새에서 돈을 벌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혁신적 창업의 득과 실, 아비트리지형 창업의 득과 실… 이 두 가지를 창업가들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아비트리지의 정수는 인수창업?! ㅋㅋ
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아비트리지형 창업… 많이 들어본 내용 아닙니까?!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업 방식.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비효율을 통째로 인수해서, 그 위에서 개선해나가는 것. 바로 인수창업이죠 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인수창업’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만들고 싶다는 제 꿈은 어쩌면 ‘혁신’에 가깝습니다. 단, 이건 생존을 먼저 챙긴 다음에 비로소 챙길 수 있는, 낭만 같은 개념이에요. 서순을 항상 기억합시다.. 서순을..!
마침, 인수창업 연구소도 다시 개편했습니다
이번 달 말에 SaaS 인수인계까지 마무리되면 한동안 ‘연구소’를 건드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빠르게 손봤어요.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100% 익명.. 매도자가 자기 사업체를 익명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중간 플랫폼에서도 알기 힘들게요.
매출 증빙만 검증… 익명이되, 매출 증빙은 중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최우선으로 넣었어요.
SaaS와 스마트스토어 같은 영업권만… 직접 인수해본거만 등록하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