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를 돌이켜보면.. 확실히 뭔가 좀 이상했다.
가족을 제외하면 현실의 사람과 제대로 대화한 기억이 전혀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AI랑만 대화를 했다.
프롬프트 고치고, 데이터 연결하고, 툴 연결해주고, AI가 혼잣말 처럼 중얼거리는 로그들 하나씩 다 읽으면서 잘못된 결론의 원인 찾고, 다시 싸우고, 또 고치고.. 무한 반복..
요즘 이걸 흔히 ‘하네스를 만진다?’ 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여튼 그러면서 2주동안 하네스를 만들고, 부수고, 개선하고.. 하나 만들다보니 두개 만들고.. 또 만들고.. 어우
이게 단순하게 좋은 프롬트트를 만들고, 그냥 대화를 하는 것을 이런걸 넘어서. 결국 AI가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을 엔지니어링 하는 것에 가까운데. AI가 어떤 데이터를 보고, 어떤 도구를 쓸 수 있게 해주고, 무엇이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게 할지, 실패하면 어떻게 다시 시도할지 등.. 이 모든 워크플로우를 하나의 환경으로.. 마치 AI의 ‘목줄(하네스)’을 만드는 과정이라서 이렇게 불리나보다.
이 모든 것의 애초의 시작은 저번 컨텐츠에 쓴 거 처럼, 엄청 간단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인수한 회사들을 더 잘 운영하기 위해서, 매출 방어를 위한 시간을 아끼는 것.
처음에는 내가 하는 (지루한) 일들을 AI에게 위임하고 싶었다.
사업체를 인수하고 나면 생각보다 (지루한) 잡다한 일들이 많다.
매출을 확인하고, 문제 생긴 고객들을 보고, 데이터도 보고, 매일 혹은 매주 반복되는 운영 업무를 처리하고, 이상한 숫자가 있으면 원인을 찾아보고.. 등.
커머스든 SaaS든. 어떤 사업이든 저번 컨텐츠에 쓴거 처럼 매출을 방어하기 위한 업무는… 대체로 지루하다.
그래서 당연히 나는 더 많은 회사들을 인수하기 위해서, 내가 이런 지루한 업무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서 AI를 도입하게 되었고. 예전에 조쉬님 유튜브에 나가서 이야기했던 것도 대부분 이 단계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였다. (AI이용해서 기존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세일즈가 하던 일을 더 빨리, 더 저렴하게 하고, 이런 것들을 자동화 하는 것).
근데 이 효율화 작업이 어느정도 끝나자,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생겼다.
회사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내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면, 신규 매출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내 시간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부터 내 일상이.. 내 하루가 조금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매출을 ‘방어하는 AI’와 ‘공격하는 AI’의 경계
예를들어 우리가 인수한 커머스 회사에서 새로운 매출을 만들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결국 새로운 판매 상품을 찾아야 하고.. 시장이 얼마나 큰지 보고, 경쟁사들을 찾아서 경쟁사들이 얼마에 팔고 있는지도 보고.. 생산자들을 찾아보고 원가 얼마에 가져올 수 있는지 계산해보고. 광고 전략 정해서 광고비를 얼마로 산정해야 돈이 남는지 생각해봐야한다.
이것들에 대한 가설들이 어느정도 나왔으면 소량을 테스트 하고, 결과가 좋으면 더 많이 발주한다. 이걸 무한 반복하는건데.
원래는 사람이 이 일을 한다. 창업자가 하든, 핵심 직원이 하든. 그리고 이걸 잘하는 사람을 ‘감도’가 좋은 사람으로 부른다.
처음에 만든 AI의 하네스도 결국은 이 사람의 ‘감도’는 건들이지 않으면서, 이 사람의 낭비되는 시간만 줄이는 역할이었다. 예를들어, 후보 상품을 빨리 찾게 도와주고, 데이터를 더 쉽게 정리해주고, 경쟁 상품을 쉽게 찾게 해주고. 등.
근데 데이터를 계속 붙이고, AI에게 팔다리를 연결해주다보니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여기서 ‘감도’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위대한 것일까? 결국은 어쨋든 데이터만 충분히 잘 쌓으면 AI가 더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AI에게 ‘감도’를 쌓기 위한 데이터, 그리고 그 감도를 쌓기위한 의사 결정 자체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조금은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AI가 찾아내고 판단해서 시작한 상품에서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직 대단한 숫자는 아니고, 시스템은 미성숙하지만.. 중요한건 AI가 스스로 판단해서 만든 시작된 상품에서 매출이 생겼다는 것 그 자체였다.
AI가 자기 전기료를 벌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 chatgpt pro 에 월 200달러 쓰고있는데. 나중에 이 AI가 스스로 의사결정에서 발생한 이익이 모든 비용보다 커지면 어떻게 되는거지?’
정말 온전히 내가 전혀 개입 없이 우리 회사의 작은 부서를 ‘하네스’로 쥐어주더라도, 정상적으로 이익을 발생시키고 비용보다 더 커지면..?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그리고 창업적으로도 꽤 재미있는 상태가 될 것 같았다.
AI가 자기 생존에 필요한 컴퓨팅 비용을 온전히 자기 스스로의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상태?
지금까지 매출 방어용 AI는 단순하게 내가 돈을 내고 사용하는 생산성 도구였다면, 회사라는 하네스를 쥐어주니까 자신의 활동비용을 충당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도구와 도구의 사용자 사이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내가 Meat Proxy가 된 것 같았다
최근 테크 업계에서는 Meat Proxy라는 표현이 잠시 유행했다.
원래 이 표현은 AI가 만든 답을 읽지도 않고 그대로 메신저에 복사해서 동료들에게 보내는 사람을 놀리는 말이다. (예: AI가 뱉어준 기획서를 읽지도 않고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기획자)
즉, AI와 인간 상대 사이에서 아무런 의사결정과 주도적 판단도 하지 않고 메시지만 전달하는 ‘고기로 된 프록시 서버’라고 놀리는 말이다.
근데 나는 최근에 이 말을 조금 다른 의미로 체감하고 있다.
결국 궁극적으로 AI의 지능이 우리의 이해를 아늑히 뛰어넘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 AI의 Meat Proxy가 될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AI가 현실에서 뭔가를 할 수 없을 때 인간은 한동안 손발만 되어주고 책임만 지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런 미래를 대비하며, 내가 지구 최강의 Meat Proxy가 되어야겠다!
이미 벌써만 해도, AI가 수십시간동안 작업한 기록과 로그를 읽고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조차 벅차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내가 생각하고 AI한테 일을 시켰는데, 이제는 AI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후보를 탐색하고 나한테 결론을 가져오게 시킨다. 그 결론이 나쁘지 않으면 ‘음 1번으로 가자!’ 만 치고 있는 요즘이다.
점점 내가 AI를 사용하는건지, AI가 현실 세계에서 데이터를 쌓기 위해서 나를 사용하는건지..
경계가 조금은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지구 최강의 Meat Proxy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우리 모두 Meat Proxy가 될 것이라면, 나는 지구 최강의 Meat Proxy가 되어주겠다.
AI가 하고 싶어하는 경제 활동을 현실에서 가장 잘 연결해주는 인간이 되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보니 첫 번째로 재미있는 목표가 하나 생긴다.
내가 한 달 동안 아무 경영적 의사결정을 안해도 인수한 커머스 회사가 정상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상태로 만들 수 있을까?
단순히 회사를 비우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물류만 하고 AI가 상품도 정하고, 마케팅 예산과 방식도 정하고, 신규 아이템도 찾아오고.. 매출 결과와 외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고 또 실행을 수정하는..
근데 지금 진행되는 속도를 보니 이 지점이.. 생각보다 멀지 않았을 수도..
인간이라는 레이어는 계속 남아 있을까?
인수한 커머스 회사 AI가 잘 운영하다보면. 회사가 돈을 계속 벌고, AI가 그 돈을 어디에 재투자할지도 결정하게 될 것 같다. 충분히, 나보다 투자도 더 잘하겠지. 인수할 회사도 잘 고를꺼고.
그리고 고용도, 어떤 직원을 쓰고 해고할지도 정할꺼고. 비용 구조 보면서, 부동산도 사고 그러겠지. 고정비 절감 및 투자 목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짓자고 할수도 있겠다. (음..? 빅테크 회사들 요즘 다 데이터센터 짓는 이유가 설마.. 이미 AI가 다..?)
AI가 사업도 하고, 사람도 고용하고, 돈도 투자하고, 자산도 관리한다면. 그리고 법적 책임도 만약 유타 같은곳에서 DAO로 법인이나 인간처럼 법적 주체로 인정될 수 있다면 (아직은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꼭 인간이 그때는 사업의 영역에서 필요할까? 인간이 병목이 되는 세상이라면, 경제적 보상만 충분하다면, 인간은 사업의 의사결정자에서도 언젠가 대체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세상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AI와 현실 사이에 인간을 하나 끼워두는 것이 계속해서 가장 큰 병목이 된다면, 그 인간을 제거하려는 경제적 압력 역시 계속 커질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요즘 한 가지는 꽤 확실하게 생각한다.
어차피 한동안 AI가 현실 세계에 영향을 주기 위해 사람의 손발이 필요하다면, 그 역할을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
어차피 우리 모두 Meat Proxy가 될 거라면, 지구 최강의 Meat Proxy가 되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