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 롤업 3년 계획을 짜다가, 30년 계획을 고민하게...
Permanent Equity를 리서치하며 생긴 생각..
안녕하세요 진양입니다!
요즘은 저번 에피소드에 썼던 SaaS 롤업 관련 3년 계획을 짜느라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근데 이 계획을 짜기 위해서 하나씩 아젠다를 풀어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 질문이 좀 바뀌더라고요.
처음에는 “3년 뒤에 ARR을 몇 배로 키워서 어디에 팔까?”였는데, 어느 시점부터 “이 매물이 내가 장기 보유할 수 있는 매물이 맞나?” 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생각의 변화에 촉매가 된 아저씨 한 분이 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패밀리 오피스”
Brent Beshore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에 존재를 알게 돼서 이것저것 리서치를 해봤는데, 역시나 좀 뻔한 이야기들이 많긴 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 소개로 뉴스레터 한편 쓰긴 좀 부족하고…. 근데 읽으며 좀 재미있는 생각들이 많이 생겨서 기록해봅니다!
일단 이 아저씨도 진양처럼 PE랑은 전혀 관련 없는 커리어로 시작해서… 한때 “세계에서 가장 작은 패밀리 오피스”를 만든 것으로 유명해졌더라고요.
회사 이름은 Permanent Equity.
전략은 좀 뻔한 이야기.. 근데 하나가 좀 흥미..!
인수 전략 자체는 크게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뭔가 특별한 전략으로 딜소싱을 하기보다는, 그냥 브로커한테 연락 오면 검토하고, 현금흐름 좋고 사업체 괜찮으면 사고, 최대한 기존 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인수하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 16개의 포트폴리오 회사를 가지고, 연 매출 약 5,000억, 연간 FCF (자유현금흐름) 약 700억원 정도를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2025년 기준)
인수 전략도 평범.. 인수 기준도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인수 기준은 그냥 니치 시장에서 moat를 가진 지루한 사업들을 찾고, 이런 작은 회사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어떤 이유로 경쟁자들보다 더 많이 벌고 유지되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서 기준 만들고.. 이게 끝.
근데 지루한 사업체 찾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지루한 사업체를 찾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은 HBR 인수창업 가이드북에 맨날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리서치를 하면서 막 “이거다!” 싶은 건 없었습니다.
근데.. 하나의 트랙레코드가 조금 달랐어요.
오, 인수한 회사를 단 한 번도 안 팔았다…?!
이 아저씨가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 중에 단 하나도 매각하지 않았고, 그 회사들이 만들어 내는 자유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또 인수하고, 또 인수하고… 그렇게 16개까지 쌓아 올린 겁니다.
잠시만.. 그래서 이름이..? Permanent Equity? 인수하면 “평생 간다”는 PE의 DNA를 그대로 이름에 박아버린 거죠ㅋㅋㅋ
이 ‘안 팔기’가 머리에 계속 남았습니다
이 “절대로 팔지 않는다”는 원칙 하나가 계속 머리에 남더라고요.
매각을 목표로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매각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 자체를 회사의 정체성으로 삼아버린 겁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만들던 SaaS 롤업 계획을 열어봤습니다.
굳이 3년 뒤에 ARR을 3배로 만들어서 매각하는 걸 목표로 해야 할까? 아예 “매각을 하지 않는다”를 전제로 깔고 보면, 매물을 보는 기준부터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매물이 30년 뒤에도 살아있을 수 있는 사업인가
내가 현금흐름을 꾸준히 뽑을 수 있는가
이 현금흐름으로 다음 인수를 이어갈 수 있는가
3년짜리 exit 스토리로는 절대 안 보였던 질문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다음 인수를 이어가는게 가능한가..?
이 모델을 한국에서 돌리려면, 자본구조 설계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해집니다.
영구보유는 오케이 알았어, 근데 인수자본이 애초에 안나오잖아!
그래서 뭔가 한국에서는 담보물과 사업자대출을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은 있는데.. 아직 가설이긴 함... 미국처럼 SBA 대출이 잘 깔려있는 시장이 아니니까요.
마침 얼마 전에 오랜 지인을 통해 대출 전문가 한 분을 소개받았습니다. (다른 일로)
담보대출, 신용대출은 물론이고 예금이랑 투자상품 상담까지 다 하시는 분이라, 요즘 이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저 혼자 머릿속으로 가능성들을 좀 펼쳐보고 있는 단계입니다.
매출이 나는 법인을 가지고, 어떤 담보물이 있을 경우 사업용 자본을 어디까지 확보 가능한지. 보유 부동산이 있으면 그걸 어떤 구조로 엮을 수 있는지. 혹시 부동산 외에도 담보물로 제공 가능한 자산 종류가 있는지… 등등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을 안 했는데.. 근데 뭔가 한국에서 "영구 보유 + 재투자" 모델을 돌리려면 결국 어느 시점에 부동산을 활용해야할꺼같은 느낌적인 느낌..? ㅋㅋ
앞으로 스텔스로 이걸 좀 파볼 예정입니다…
정통 PE들은 쳐다보지 않는 자산을 노리자?
그러고 보니까 저는 “어떤 회사를 산다”는 느낌보다는, 애초에 PE들이 쳐다보지 않는 자산, 하지만 현금은 나오는 그런 자산들을 사 모으고 있었습니다.
커머스 롤업한 스마트스토어도 그렇고, MRR 500짜리 SaaS든, 월매출 1000만 원 짜리 무인매장이든.
그리고 한국 시장의 산업구조를 또 보면 잠재 매물은 더 많을 것 같기도 해요. 권리금 시장에 있는 수 많은 사업체들이나, 배달의 민족이나 여러 플랫폼 위에 얹혀있는 작은 사업체들도 그렇고요.
Tiny Capital도 옛날에 이런 거 모은다고 하니까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고 네트워킹도 실패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몇천억짜리 회사가 됐고요 (물론 최전성기 비해서는 주가가 많이 내려와 있긴 하지만.. 그래두 쨋든 가설은 유효했다?)
결국 그럼 1) 기존 투자 시장에서는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2) 매출은 꾸준히 발생시킬 수 있어서, 모아놓으면 충분히 가치가 나오는 것들. 이런 자산들을 3) 영구 보유하면서 4) 현금흐름을 재투자하는 모델을 만들어보자구요.
이게 가능하려면 인수 대상이 5) 니치 시장에서 해자를 가진 지루한 자산이어야 겠네요.
1,2,3,4,5 다 해당되게 만들어야하는 어려운 과제네요 ㅋㅋㅋ
급 마무리..?
여튼 아직 어떤 확신은 없습니다.
근데 짜고 있던 3년짜리 계획을 30년짜리로 한번 다시 보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주 리서치의 수확은 충분했다고 봅니다. (30년 너무 빡시면 적어도 5년..?)
또 담보나 대출 구조 실험 혹은 SaaS 롤업 관련해서 계속 진행되면, 또 이것저것 해보면서 공유해볼게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