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선언한 무인매장 롤업, 결국 접었습니다
최소 3개, 잘하려면 5개? 무인매장 롤업 단위경제 작동을 탐험하는 생생한 경험기
1년 전 선언한 무인매장 롤업, 결국 접었습니다
혹시 작년 4월쯤에 제가 무인스낵점 인수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거 기억하시는 분 계실까요.
그러고는… 음료도매를 인수한 뒤로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리는 바람에, 이 시리즈의 후속을 글로 풀지를 못했어요. 매장을 어떻게 굴렸는지, 왜 더 안 늘렸는지, 결국 어떻게 됐는지를요.
그래서 오늘은 그 마무리 하지 못한 이 스낵 시리즈를 닫으러 왔습니다..! 두둥..!



최근에 매장을 정식으로 완전히 정리했습니다. 1년 만의 폐업입니다...!! ㅋ…쿠쿠ㅠㅠㅠㅋ
하지만..! 아쉬운건 접어두고..! 오늘 작성하는 이 글은 무인매장 롤업의 회고이자, 어쩌다 제가 무인매장에서 커머스 롤업으로 갈아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럼 진양의 생생한 인수창업 경험기,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왜 갑자기 당시에 무인매장으로 시작했었나
당시에 무인매장을 첫 매물로 고른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쓴 아티클에 좀 더 구체적으로 작성되어있지만.. 요약하자면
첫째, 인수 가격이 너무 쌌습니다.
소매 경기 약화 전망이 깔려 있어서, 매출 대비 매물가가 말이 안 되게 저렴했어요. 인수창업에서 늘 강조하는 “가치 대비 가성비”가 노골적으로 만족되는 매물이었습니다.
심지어 몇몇 전주인 분들은 ‘젊은 사람이 고생할꺼라며’ 제가 인수를 하려고 하는걸 말리기도 했었어요. 전화까지 해주시면서 냉철하게 상황 설명해주고, 남는 돈 없다며~ 자신은 나이가 많아서 은퇴하고 하는거니까 하는거지~ 라고 하면서요 ㅎㅎㅎ
그런 컨센이 바닥에 깔려있는 상태여서 기본적으로 권리금이 많이 저렴해진 상태였습니다.
둘째, 소매 시장 감을 잡고 싶었습니다.
이건 그때 글에서는 까먹고 안 적었던 이유인데요.
한국 소매 시장은 사실 “권리금”이라는 형태로 이미 인수창업이 아주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시장입니다. (막상 매장을 권리금 주고 들어가서 장사하는 사람들 관점에서는 인수창업이라고 생각은 안할지 몰라도..)
그래서, 인수창업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풀어내려면 이 시장을 한 번은 직접 운영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모르는 식당이나 술집을 무작정 인수할 수는 없으니, 운영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보이는 무인으로 들어간 거죠.
막상 인수하고 운영해보니 무인은 소매 시장의 장점보다 단점만 농축시켜놓은 비즈니스이긴 하다는걸 알게 되긴 한건 다른 이야기…
마지막으로 셋째, 자체 제조 상품 혹은 프랜차이즈의 테스트베드로 활용.
이건 전 시리즈에서 썼던 내용대로, 인수한 매장을 향후 PB 상품이나 프랜차이즈 모델의 실험장으로 쓸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고객들이 알아서 들어오고 소비하고 나가는 공간만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 좋은 공간은 없죠..!
그래서 위 이 세 가지 이유로 시작했고, 인수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롤업 전략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막상 해보니.. 무인이 무인이 아니었어요
“무인매장은 무인이 아닙니다.” 이런 말은 무인매장 운영을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들어 보셨겠지만.. 이 내용을 조금 더 풀어보면
손님 응대는 당연히 무인이긴합니다. 근데 청소, 진열, 결제 오류 처리, CCTV 관리, 재고 보충, 위생 관리는 죄다 결국 사람 손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가장 핵심은 이 손이 들어가는 일들이 어느 하나 매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냥 위임하고 끝나는 잡무가 아니라, 매출과 강한 관계가 있는 업무들이죠.
예를들어 청소가 밀리면 손님이 줄고, 진열이 무너지면 객단가가 떨어지고, 결제 트러블이 쌓이면 단골이 끊깁니다. 취식까지 가능한 매장이였으면 더 심했겠죠?
결국 이렇게 될 경우, 매장 운영을 아웃소싱하면서 매출 하락을 방지하려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사람” 혹은 “인센티브가 얼라인된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냥 시급 알바가 아니라요. 그냥 시급 알바면 불가능한 구조가 되더라고요.
문제는 그런 사람의 인건비를 정당화하려면 매장이 몇 개 필요하냐는 질문으로 연결되는데… 대충 계산을 돌려보니 최소 3개는 있어야 본전이 나오고, 1명이 5개를 굴리는 구조가 되어야 좀 넉넉하게 돈을 법니다.
여기서부터 무인매장 롤업 계산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결국 개선의 두 갈래 길… 원가율이냐, 월세냐
인수하고 매장 재무를 뜯어보니, 무인 매장의 사업성을 결정짓는 큰 비용이 두 개 있었습니다. 원가율과 월세.
각각을 개선하는 길이 완전히 다른 사업으로 갈라지더라고요.
길 A → 원가율을 개선한다
상품 원가를 더 싸게 받거나, 페르소나에 맞는 고원가율 상품을 깔거나. 초등학생 동선이면 포켓몬 카드, 퇴근 직장인 동선이면 마른 안주. 이런 식의 상품 믹싱.
근데 단순 믹싱보다 도매업체를 직접 가지고 있으면,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원가 절감 효과가 곱셈으로 커집니다.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 도매 중 한 곳을 인수하면 시너지가 어마어마하겠다고 판단했어요. 당시에 고민을 하면서 작성했던 아티클도 여기 있지요.
그때 당시 길 A의 전략4를 선택해서, 지금 커머스 롤업의 모태가 된 음료 사업체 인수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길 B → 월세를 줄인다
단일 무인매장의 사업성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는 매출 대비 월세 비율입니다. 월세가 싸지면 사업성은 무조건 올라가요. 그리고 월세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1층 상가를 임차가 아니라 소유하는 거죠. 매매가의 이자만 은행에 내면, 같은 자리를 월세로 빌리는 것보다 월등하게 쌉니다.
그리고 실물 경기가 안 좋을 때 상가를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은 경매고요.
심지어 경락잔금대출은 경제의 하수구 같은 역할을 합니다. 부실자산을 시장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통로라서, 규제하기가 사회적으로 어려운 구조예요. 현금 회수의 하수구가 막히면 부채가 역류하니까요.
그래서 이 길은 사실 지금도 충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결국 멈췄나
두 길 다 충분히 유효해 보였는데도, 결국 안 갔습니다.
이유는 매우 단순했어요. 막상 해보니 커머스 롤업이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수익성도 더 높고, 운영 코스트도 더 낮았습니다. (기회비용 이슈)
그리고 매물 풀에 비대칭이 너무 컸어요.
커머스는 인수 후 물리적 거점을 언제든 옮길 수 있어서, 매물 수가 적어도 전국 매물을 다 검토할 수 있습니다.
무인매장은 매물이 수백 개여도, 제 물리적 제약으로 필터링을 걸면 인수 가능한 매물이 한 줌으로 줄어듭니다.
게다가 무인매장 단골은 물리적 위치에 형성된 습관이에요. 간판만 들고 다른 위치로 옮겨봤자 매출은 따라오지 않습니다. 위치를 못 옮긴다는 건 인수창업의 가장 기본 레버 하나가 죽는다는 뜻이거든요.
정리하면, 무인매장 롤업도 유효하긴 함! 하지만..
무인매장 롤업도 인수창업이라는 무기를 잘 쓰면 충분히 가능한 전략입니다. 다만 그러려면:
본부 관점에서 스낵류(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등)를 전부 취급하는 수직계열화를 깔고,
부동산 경매로 임차 비용을 자기 자본으로 치환하고,
경기 사이클과 실물시장에 따라 매장 수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매크로 감각까지 가져가야 합니다.
여기까지 다 갖춰야 비로소 수익성이 나오는 사업이라는 결론이 섰어요. 그렇게 보면 “인수”는 이 사업모델 전체에서 정말 작은 한 조각입니다. 본부 구축, 부동산 게임, 매크로 운용이 진짜 본질이고요.
그러면 이걸 30년동안 할 자신이 있냐고 고민해봤을때.. 여기까지 안 가겠다는 판단이 서면서, 더 이상 매장을 늘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폐업 정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첫 매장 인수가 실험 성격이 강했던 터라, 일부러 임차 계약을 2년이 아니라 1년으로 잡았습니다. 그러길 정말 잘했어요. 1년이 지나자 계약이 자연 만료됐고, 큰 손실 없이 정리가 끝났습니다. 철거랑 원상복구는 어차피 다 아웃소싱..!
결과적으로, 1년 동안 본전치기 정도를 하고 완전히 폐업 완료. 재무 디테일도 풀려고 했는데, 오프라인 소매 시장에서 롤업 더 할꺼 아니니까 회고로서 의미가 약하다고 판단해서 생략합니다.
대신 회고하자면, 이번 무인매장 롤업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것은 명확해요.
앞으로 안 할 것에 대한 추가적인 기준: 소매, 오프라인 기반 롤업 장르
앞으로 잠재적 활용에 대해서 배운 것: 경매와 대출 활용에 대한 전략을 기타 롤업 장르에서도 응용.
지금 진행 중인 커머스 롤업과 SaaS 롤업이, 어떻게 보면 이 무인매장 실험에서 가지치기된 다음 사이클입니다. 첫 사업이 직접적으로 다음 사업을 잉태했다는 점에서, 본전치기 폐업이라는 회계상 결과보다 훨씬 큰 걸 가져간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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