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진양의 세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첫 번째는 아동 타이즈 시장, 두 번째는 K-pop 굿즈 구독 서비스였고요. 이제 무인 스낵점을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경영권은 지난주, 4월 14일부터 저희 쪽으로 넘어왔고, 인수인계와 함께 수익도 저희가 가져가고 있습니다. POS 연동과 PG사 마이그레이션만 마무리되면 실질적인 정산도 완료될 예정입니다.
드디어 오프라인 사업까지 해보네요!
근데 왜 하필, 무인 스낵점이냐고요?
요즘 무인 매장을 둘러싼 이슈를 보면, 경찰의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고, "무인매장의 이익은 성인 절도범의 합의금으로 이뤄진다"는 밈이 떠돌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부업으로 시작했다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도망치듯 접는 사람들도 많고요. 무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사람 혐오증에 걸렸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근데 이런 시기에, 그것도 굳이 ‘무인 스낵점’ 인수했다고 하니, 당연히 다들 고개를 갸웃합니다.
근데 일단 진양은요, 뭐든 인수합니다.
단,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충분히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되고, 내가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게 어떤 사업이든,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인수합니다.
그래서 일전에 커피챗으로 만난 구독자분은 저를 마이크로 PE보다, 마이크로 헤지펀드에 더 가깝다고도 하더라고요. 개발만 하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사실 그 둘의 차이가 뭔지 잘 몰랐는데, 정의를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긴 해요.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용어가 아니라 방향이겠죠.
진양은 뭐든 저렴하게 사서, 잘 키워서, 더 가치 있게 만든다.
그러면 왜 무인 스낵점을 샀는지 알아볼까요?
이유 #1: 저렴해서
무인 스낵 매장은 요즘 매물이 많습니다. 생각보다 수익이 나지 않거나 운영이 귀찮아져서 투잡 직장인들이 정리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매물이 많다는 건, 거꾸로 말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번 인수의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매물도 말도 안 되게 저렴했거든요.
2년 월 평균 매출이 약 1,200만 원 정도 되는 매장이었고, 원가율을 70%로 잡아도 한 달에 남는 수익이 약 360만 원 정도였습니다. 기본적인 비용을 제하더라도 이익은 남는 구조였죠.
그런데 매물가는 한 달이면 원금이 회수되는 수준이었어요. 심지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기계장치와 재고의 중고 가치만으로도 회수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부동산 재계약은 1년 단위로 협의했고, 기존 공급사에는 마진율 일부를 양보하지 않으면 인수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두 가지 협상을 통해 만약 해당 입지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더라도, 확보한 자산만 들고 더 나은 위치에 2호점을 낼 수 있는 여지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유 #2: 무인 스낵점의 브랜드파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는 ‘브랜드파워’라는 강력한 무기가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비싼 가격에 PE들이 엄청 사가죠.
메가커피, 맘스터치, 공차, 할리스… 이들의 공통점은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브랜드 자체가 자산이 되어, 매각 시점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만큼 지속적인 캐시플로를 보장해주는 모델도 드물죠.
하지만 무인 스낵점 섹터는 다릅니다. 뚜렷한 브랜드파워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매장 외형이나 BI 정도만 통일되어 있을 뿐, 안에 들어가는 제품은 대부분 똑같은 제조사에서 나온 스낵이고, 가격도 비슷비슷합니다.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무인 스낵 A점과 B점이 거의 동일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나 ‘선호 매장’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무인 스낵점은 상권 의존형 단기 수익 모델에 머물게 되고, 장기적으로 높은 가치에 매각되는 프랜차이즈형 자산으로 성장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번 인수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브랜드파워를 만들기 힘든 무인 스낵점 구조 안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무인 경험을 만들고, 그걸 유의미한 자산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저는 ‘충성 고객을 만드는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청 예전에 썼던 글에서, 스타벅스 리워드가 2021년 1분기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는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어요. 당시에도 이야기했지만, 로열티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행동과 충성도가 결정된다는 거죠.
해당 글에서 소개한 논문 내용 중, 관여도가 낮고, 반복 소비가 빠른 상품일수록 즉각적인 보상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엇, 스낵 = 저관여도)
즉, 스낵처럼 단가가 낮고 자주 소비되는 제품은, 리워드를 '쌓이게' 하는 것보다, 구매 직후 바로 보상이 주어지는 설계가 훨씬 더 신뢰를 얻기 쉽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방식은 실제로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무인 스낵점은 구조상 광고를 통한 유입 확대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중요한 건 기존 고객을 얼마나 잘 유지하고, 그들의 구매 단가를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입니다. (무인 스낵점의 객단가는 워낙 낮아서, 단돈 천 원, 이천 원만 올라가도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뛸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단골이 단골다워지는 구조를 잘 설계한다면, 브랜드파워를 가진 무인 스낵 프렌차이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인수 매장은 그 실험의 테스트 베드인것이죠.
이유 #3: 무인 스낵 로열티 프로그램 테스트베드로서 활용
해당 매장을 통해서 충성 고객을 관리하고, 그 수를 데이터로 트래킹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보는 것이 1차 실험 목표입니다.
이걸 멋진 말로 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 하겠지만. 그리고 과거 제품 개발자 시절 진양은 고객 인터뷰를 다니며 열심히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며 제품을 찍었겠지만.
지금의 저한테는 그냥 실제 매출에 도움이 되는 생존전략입니다.
무인 매장이라는 현실 속에서 테크를 어디까지 녹여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정말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직접 실험해보는 거죠.
예를 들어, ‘웍스프레소’처럼 커피 가격을 코스피 지수에 페깅시키듯이, 초등학생들의 관심사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변동형 스낵 가격 실험, 혹은 어른들이 로또 긁듯, 결제 후 나온 영수증을 디지털 복권처럼 응모해보는 즉석 추첨형 시스템 같은 것들요.
결국 업주 입장에서 중요한 건 단 하나, 많은 비용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느냐. 그 조건만 충족된다면 어떤 시스템이든 다 OK입니다.
지금은 발산 단계라,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많다는 점은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
아직 제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
여튼, 앞으로 잘 부탁함!
그 외에도 인수 배경에는 여러 소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열대화로 길어진 한국 여름 → 아이스크림 수요 증가
수익형 부동산 가치 하락 → 공실 상권 벨류업 전략 활용
제로맛 아이스크림 출시 제품 증가 → 신규 소비 제품 다양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지금 시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매물 중 하나였기에 인수를 결정하게 되었고, 인수 후 약 1주일이 지난 지금, 하나씩 방향을 확인해보고 있습니다.
K-pop 굿즈 프로젝트가 매각 협의 중이라, 후속 시리즈 없이 마무리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마 이 무인 스낵점 프로젝트가 곧 이어질 새로운 연재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의 여정도 기대해주시고,
오늘 네 번째 주주서한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주도 힘차게, 화이팅 넘치게 시작하세요!
아 너무 재밌어ㅋㅋㅋ 고마워 형
전자상거래 기반 비즈니스만 인수창업 하시는게 아니라 오프라인 무인 매장 까지 인수 하신걸 보고 진행하시는 범위가 되게 넓구나 생각 했습니다. 하시는 사업들의 시너지 효과도 있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