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참, 목요일 뉴스레터로 바뀌었습니다!
얼마 전에 진양 단톡방에서 가볍게 투표를 하나 진행했는데요.
뉴스레터 발송 요일을 정하는 투표였고, 목요일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원래는 주말에 글을 작성하고, 퇴고를 한두번 한뒤 월요일 아침에 예약 발송해두는 스타일이었는데,
앞으로는 목요일 아침에 발송될 예정입니다.
(이번에 해보니.. 주말에 미리 써두는게 좋겠네요)
인상적인 단톡방 참여자의 피드백으로는…
‘직장인들이 적당히 회사에 회의감을 느끼면서도, 그 와중에 금요일을 기다리는 에너지가 남아 있는 날이 바로 목요일’이라고 하더라고요ㅋㅋㅋ
생각해보면 저도 그랬던거 같고.. 일단은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일단 한번 가봅니다.
아, 혹시 뉴스레터의 다양한 결정들에도 참여하고 싶으시다면, 단톡방으로 언제든 놀러오세요!
레고처럼 조립해가는 인수 창업
요즘 드는 생각인데, 인수 창업은 레고 조립이랑 닮아있는 것 같아요.
각 피스들을 하나씩 조립해가면서 만들고 싶은 무언가를 구체화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요.
무슨 소년만화에 나올 것 같은 멘트이긴 하지만,
결국 그러면 ‘상상력’과 ‘용기’가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직접 모든걸 구현할 필요가 없으니, 상상과 (돈을 태울) 용기만 있으면 오케이인거죠!
그래서 저번 에피소드에서도 느꼈겠지만,
최근에는 인수한 무인 매장의 안정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서, 이제부터는 이걸 어떻게 더 키워나갈지를 고민하는 타이밍에 들어섰습니다.
저번 글에서는 그래서
“일단 매장의 수를 늘려서 유통 창구를 확장하는 게 스낵 제조 실험에 유리하다”
는 관점에서 수평적 확장 전략을 이야기했었죠. (혹시 안 읽으셨다면 추천드립니다!)
그냥 내수 시장 안 좋아지면 계속 저렴한 권리금으로 나오는 무인 매장들 무한 매수할 예정이고그럼 어느 순간 매장 100호점 달성?!
저렴하게 나오는 무인 매장들을 계속 인수하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고 고민해보니, '수평 확장 외에 다른 방향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혹시 ‘정답’의 길 보다는 그냥 쉬운 길을 찾아가는건가?
그래서 실현 가능성이나 현실적인 제약은 잠시 잊고
‘지금 실수해도 가장 저렴하게 실수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방향을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전략 1. 물량으로 밀어 빌드 — 무인 매장 계속 사기
저번 글에서도 말했듯, 지금 소매 매장들은 꽤 저렴하게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전략은 실행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카드입니다.
복수 매장을 보유할 경우, 스낵 제조 실험, 고정비 분산, 납품 협상력 강화 등.
여러 가지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가장 큰 단점은, 인수 비용 중 상당 부분이 보증금 형태로 묶이기 때문에
현금 회전이 느리고, 매출도 드라마틱하게 성장하진 않는다는 점.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리스크는
이 모든 매장들이 계절, 상권, 지역 같은 지리적 변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에요.
간단한 예시로 장마 기간이 길어진다거나, 오프라인 소매 시장의 경기 회복이 느려질 경우 다 같이 직격탄을 맞게 되는 구조고
그걸 적절히 헷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땅히 없다는 것도 계속 걸리는 포인트입니다.
(ㅠㅠ 비만 와도 전국 무인 매장들 매출 동시 하락)
전략 2. 기술 회사를 인수해서 리테일테크로 확장?
아주 현실적인 수평확장 사례 다음에는, 현실을 잠깐 내려놓고 상상을 해봤습니다.
만약 ‘어떤 사업체든 하나 인수할 수 있다’는 전제가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PoS 기술 보유 회사였습니다.
우리 팀 자체가 개발자 기반이라 테크쪽으로 더 자연스럽게 가는 걸 수도 있고,
고부가가치 구조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겠죠.
만약에 PoS가 힘들다면, 재고 관리, 리워드 시스템, 단골 관리, CCTV 보안, 오프라인 마케팅 솔루션 등 다른 테크 솔루션들도 충분히 인수 고려 대상입니다.
물론, 이건 현실적인 전략은 아닙니다.
기술이 조금만 묻어 있어도 PER이 확 튀는 구조고, AI 묻었다 하면 모두다 지갑 열고 달려들테니깐요.
그래서 진양같은 셀프펀딩한 마이크로 PE 입장에서 이런 테크 사업체를 인수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다만 우리 팀은 모두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출신이니까, 직접 기술을 개발하고 우리 소매점에 먼저 적용해보는 실험은 가능하겠죠.
문제는 이 전략을 지금 실행하게 된다면, 현금 흐름이 부족한 상태에서 외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지금 저희 스타일의 사업 방식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류 중입니다.
전략 3. 식품 제조 실험을 왜 해? 그냥 브랜드를 사자
리테일테크 스타트업까지 상상한 김에, 이왕이면 끝까지 한번 가보자 싶었습니다.
‘굳이 식품 제조 실험을 하나하나 하면서, 소진처 만들고, 테스트하고, 시간 쓰고, 리스크 안고…이 모든 걸 다 내가 떠안아야 할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튀어나온 아이디어는 이거였습니다.
“그냥 우리가 이미 잘 팔고 있는 식품 브랜드를 사자.”
어디 보자… 무인매장 데이터 한번 까보자…! 대왕발 잘 팔리고, 어포 제품들도 꽤 잘 나가고,
작은 젤리 브랜드 중에도 괜찮은 곳들이 보이더라고요.
이런 회사들은 얼마쯤 할까? 이 중엔 분명 적자 나는 회사도 있을 거고, 적당한 타이밍에 치면 괜찮은 딜도 나올 수 있을 텐데. 콜드메일 한번 넣어볼까?
만약 가격이 너무 높다면, 파이낸싱을 구조에 넣어서 인수하는 방식도 가능하진 않을까? 이런 접근도 충분히 가능하겠네요.
전략 4. 수직 계열화 — 도매업체를 인수하기
이건 뭐… 너무 뻔한 전략이긴 합니다. 현대자동차, CJ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정말 많이 하는 방식이니까요. 그래서 무인 스낵점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들을 하나씩 쭉 훑어봤습니다.
‘과자, 젤리, 사탕,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전부 B2B 도매처에서 공급받고 있는 구조입니다.
“그 도매처를 우리가 직접 인수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음료의 매장 판매 마진이 40%라고 했을 때, 그 제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체를 우리가 보유하고 있다면
도매 마진 20%는 도매법인 수익으로, 소매 마진 40%는 매장 수익으로 들어가니까
사실상 총 마진 60%를 한 그룹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정말 매력적인 시나리오죠.
물론 단점도 분명합니다.
첫 번째는, 수직 계열화한 상품군의 시장 자체가 침체되기 시작하면 우리는 소매와 도매 양쪽에서 동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는, 도매업의 특성상 운영에 필요한 유동 자금이 꽤 많이 묶인다는 것.
특히 초반에는 매입 후 회전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 자금 계획을 꽤 타이트하게 짜야 한다는 현실적인 부담이 있죠.
그럼, 나는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까?
확실히 이렇게 하나씩 정리해보니까, 전략마다 각자의 매력과 리스크가 또렷하게 보이더라고요.
소요 자금, 실현 가능성, 리스크, 성공시 업사이드, 등..
일단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1번 전략: 수평 확장 전략을 핵심 전략으로 놓고
꾸준히 무인 매장 시장을 보면서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상상도 안 하던 기회가 갑자기 눈앞에 등장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