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니까 오만 잡생각 다 나지” 시리즈: K-Pop 매물]
“물리니까 오만 잡생각 다 나지” 시리즈는, 예전에 썼던 “1,000만 원으로 스마트스토어 인수, 개발자에서 사장으로”의 후속작이야. 작은 사업체를 인수해 밸류업시키는 과정을 창업가 시점에서 생생하게 풀어내는 건 똑같은데, 이번에는 ‘개같이 물려서’ 아둥바둥하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췄어… ㅜㅜ
추후 해당 브랜드 인수자의 정보 보호를 위해, 약간의 조미료가 가미된 이야기로 풀어낼 예정이야. 혹시 등장인물이나 상호가 실존한다면, 그건 우연일 뿐이니 센스 있게 모른 척 부탁해! (찡긋)
1화 - KollectionSeoul을 만나다
2화 - Chill하게 광고 시작했는데, 전환율이 영 안 나오네… (이번 편)
지난편(1화) 요약
KollectionSeoul이라는 3개월 단위 K-pop 구독박스 매물과 처음 마주했어. 보기엔 깔끔하고 잠재력도 있어 보였지만, 막상 데이터를 열어보니 홈페이지 방문자, 신규 구독자, 매출이 전반적으로 박살 나있었지.
“K-pop·팬덤? 잘 모르지만, 배우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결국 인수하기로 결심하게 된 진양의 미래는??!!
2화 - 설렘이 흘러넘쳐 Chill Chill 맞게 진행해버린 실사
달러를 버는 사업체라.. 이거 정말 구미가 당기지.. 처음부터 달러 버는 사업체라는 말에 살짝 심장이 들뜬 걸까?
실사는 차분하게 해야 하는 건 알면서도, 왠지 눈에 하트가 들어간 듯 대충대충 진행해버렸어. 솔직히 숫자들 확인할 때도 자세히 들여다보기보단, “질문에 대답하는 늬양스만 일단 보자” 하는 식으로 넘어갔달까.
시간이 흐르니 디테일은 가물가물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매물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더라. 마치 코인에 사랑 빠지면 망한다고들 하잖아? 이런 초소형 사업체 매물도 마찬가지였던 거지.
Chill Chill 맞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Chill 하게 하나씩 해결해보자는 마인드
그 당시 마인드셋: ‘SNS 자산을 어떻게든 써먹으면 되지 않을까?’
솔직히 실사를 대충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애초에 이 사업체가 워낙 하향세라 기존 노하우나 매출 흐름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야. 어차피 인수하면 싹 갈아엎겠다고 생각했고.
거기다가 최후의 안전벨트라고 생각한 건, 구독자 4~5만 명짜리 SNS 채널이 있다는 점이었지.
해당 채널들의 콘텐츠 제작도 인하우스가 아니라 백인 구독자에게 외주를 준 방식이라, 굳이 K-pop을 잘 모르는 내가, 동양인 남성으로 직접 영상 찍고 리뷰하는 것보다, 해외 소비자 시선에 맞춰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아 보였어.
이 구조면 내가 인수해도 계속 굴려도 전혀 문제 없이 고객들을 계속 유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만약 운영이 잘 안 돼도, 5만 구독자 계정을 팬덤용 레퍼럴 채널로만 돌려도 본전은 뽑을 거라는 단순 계산도 있었어. SNS는 잘 안하지만, 컨텐츠는 좋아하는 편이니까.
마지막으로 “내가 인수해서 메타 광고만 제대로 돌리면 매출 금방 늘겠지!” 하는, 근거는 없는 낙천주의도 한몫했고.
인수 인계 끝, 첫 과제: 7월 박스를 기획하라!
이제 실사 마치고, 계약금도 그 자리에서 바로 입금하고, 두어 번의 인수인계 세션을 거쳐서 자산이 전부 우리 손에 들어왔어.
실사랑 인수인계 부분을 너무 빠르게 넘기는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재미있는 내용이 거의 없어서.. 배우고 질문하고 핑퐁하고.. 무한 반복..
그여튼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모든 계정의 권한도, 스토어도 다 우리 손에 들어왔지. 딱히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7월에 구독자들에게 보낼 박스를 준비하는 거였지.
이 사업체의 주문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냐하면…!
1월, 4월. 7월, 10월에 맞춰 구독자에게 박스를 발송하는 구조야. 거기다가, 11월 & 12월에는 블렉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이벤트를 통해서 추가 매출을 만들면 되고.
그래서 운영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한 사업체지!
주문이 들어오면, 다음 구독 주기에 맞춰서 보내주면 되니까!
이제 그래서 7월 박스를 보내려고 하니.. 생각해보니 박스 재고가 하나도 없는 거야. 그래서 전 대표님께 “박스 없나요?” 물어봤더니, 기존 박스는 다 소진했고, 목형도만 있다고 하시더라고.
하나는 우리 쪽에 실물로 왔고, 다른 하나는 업체에 있다고. 윽, 바로 패키지 제조 업체에 연락했어.
“안녕하세요, 새로 ‘콜렉션서울’ 인수받은 진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이번에 급하게 7월 박스를 보내야 하는데, 혹시 200개 정도 주문 가능할까요?”
그랬더니 업체 측에서 “이전 대표님은 보통 500개씩 주문하셨다”면서,
200개는 너무 소량이라 가격 조건이 맞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하더라고ㅠㅠ
그래서 결국 500개로 주문했고, 생각보다 현금이 시작부터 나가는 느낌이 뭔가.. 싸했지. -200만원으로 바로 시작하는구먼!
박스 준비는 끝! 이제 광고만 잘 돌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드디어 500개 박스가 도착했어.
무게가 만만치 않았지만,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더라. 문제는 ‘이제 박스 안에 뭘 넣지?’라는 것.
사실 우리 다 K-pop 굿즈에 대해선 거의 문외한이었거든.
그래서 전 대표님의 과거 사례를 참고해 BT21 같은 팬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들을 중심으로 골랐고
거기다가 더해서 어디서도 못 구할 실험적인 굿즈도 몇 개 넣어 나름 한껏 신경 썼지.
그렇게 7월 박스를 완성했는데, 결과물에 꽤 만족스러웠어.
이제 박스도 준비됐겠다, 광고만 잘 돌리면 끝나겠지 싶었어.
‘500개 다 나가면 어쩌지?’ 하는 설레는 마음에, 기존 영상 소스랑 새로 찍은 소스들을 편집해 “통 크게” 광고를 집행했어.
그런데 웬걸, 광고비가 20만, 30만 원씩 올라가도 고객이 안 붙는 거야. 50만 원 넘게 쓸 때까지 신규 구독자는 딸랑 10명.
결국 광고를 꺼버리면서, ‘아니, 구독자 한 명 유치하는 데 5만 원이라니 이게 말이 돼?’ 싶더라.
틱톡이랑 메타 쪽에 총 55만 원 가까이 쏟았는데, 신규 구독자가 10명밖에 안 늘었다고? 방문자는 1.2만 명 정도 들어왔는데 전환율은 0.1%도 안 나온 셈이니
이제야 꿈같던 인수 과정에서 벗어나 차가운 현실을 맞닥뜨렸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 이대로 가면 죽도 밥도 안 되겠구나.”
우리들의 이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Shopify에서는 결제일이 되니까 예약 결제가 줄줄이 진행되어서, 구독자들의 7월 결제 성공 알림은 미친듯이 울리고 일단 총 7,443달러, 원화로는 약 천만 원 정도 매출이 찍히긴 했지…
그러니 팀 분위기는 이미 싸해져 있는데, 주문 알림은 마구 울려대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 ㅋㅋㅋㅋ
‘이걸 대체 어떻게 살려야 하나?’ 다들 고민을 시작했던 시점이 바로 이때였어.


일단 주문받은 구독 박스들은 보내야 하니까, 하나하나 박스에 굿즈를 담으면서 박스탑을 쌓아 올렸어.
다들 묵묵히 물건을 넣으며 속으로 “큰일 났다. 비즈니스 모델을 갈아엎어야 하나?” ”틱톡 광고가 너무 비효율적인 건가? 컨텐츠 자체가 문제?” “BTS 군 복무 때문인가? 다른 아이돌을 찾아봐야 하나?“ ”구독 말고 커머스랑 연결해볼까? 배송비가 비싼가?”
그렇게 포장을 끝냈을 땐 어느덧 새벽 2시. 이때는 손수 제작한 굿즈까지 넣으려다 보니 엄청난 시간이 걸렸거든.
서로 “수고 많았다!”면서 웃으며 헤어졌지만 앞으로 끝없이 이어질 긴긴 회의와 수많은 논의들을 이때는 상상도 못 했지…
[“물리니까 오만 잡생각 다 나지” 시리즈: K-Pop]
이 시리즈는 “1,000만 원으로 스마트스토어 인수, 개발자에서 사장으로” 후속작이야. 작은 사업체 인수 후 밸류업하는 과정을 담되, 이번엔 ‘개같이 물려서’ 고생하는 얘기를 중점적으로 풀어보려 해.
흥미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