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 한 장에 마진이 리셋되는 게임?!
공급가 인상 공문을 받고 중국 공장까지 생각하게 된 이유
안녕하세요 진양입니다.
6월 23일, 롯데칠성에서 공문이 하나 왔습니다.
6월 26일부터 온라인 벤더 대상으로 일부 상품 가격 인상.
이유는 원자재 가격 및 환율 지속 상승.
인상 폭은 상품별로 대략 4~9%.
아니……….. 23일에 알려주고 26일부터 올린다고요?
가격 인상 자체가 인수하고 처음 있는 일은 아니긴한데.. 물론 제조사도 힘들겠죠. 원자재 오르고, 환율 오르고, 물류비 오르고, 인건비 오르고…
근데 짜증나는 건 별개입니다… 음료수는 원래 마진이 얇습니다. 박스는 크고, 무겁고, 단가는 낮고, 경쟁은 빡셉니다. 여기서 공급가가 4~9% 움직이면 그냥 “아 가격 좀 올랐네”가 아닙니다.
판매가를 올리면 전환율이 흔들리고, 판매가를 못 올리면 마진이 깎이고..
공급가 인상은 늘 위에서 아래로…
비슷한 일이 얼마 전에도 있었습니다.
주방용품 거래처에서도 상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올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때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쪽은 마진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고, 배송 구조를 조금 손보면 흡수할 수 있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짜증은 났지만, 그래도 대처는 가능했습니다.
근데 음료는 좀 다릅니다.
음료는 마진이 진짜 얇습니다. 원가도 예민하고, 배송도 예민하고, 가격 비교도 심합니다. 제가 이 카테고리를 직접 해보기 전에는 그냥 “음료 도매? 회전 빠르고 괜찮겠네” 정도로 봤는데, 막상 굴려보면 생각보다 훨씬 빡빡합니다.
제조사가 올리면 맞고, 플랫폼 수수료 바뀌면 맞고, 택배비 오르면 맞고, 환율 튀면 맞고, 광고비 올라가면 또 맞습니다.
근데 많이 맞는다고 안 아픈 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질문이 바뀝니다.
이걸 산 다음에, 내가 뭘 바꿀 수 있지?
요즘 인수 매물을 볼 때 이 질문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매출 얼마인지. 영업이익 얼마인지. 대표 의존도 높은지. 고객이 집중되어 있는지. 가격이 싼지. 당연히 봐야 합니다.
근데 이제는 그 다음을 더 오래 봅니다.
이걸 산 다음에, 우리만 바꿀 수 있는게 뭐가 있지? 우리만의 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매물 여부?
이 질문에 답이 없으면, 그 사업은 계속 남이 정한 가격표를 받아드는 게임이 됩니다.
이번 사건처럼 제조사 공문이 오면 맞고, 플랫폼 정책이 바뀌면 맞고, 택배 단가가 오르면 맞고, 환율이 튀면 맞고, 광고비가 오르면 맞습니다.
반대로 인수 후에 원가 구조나 공급 구조를 조금이라도 안쪽으로 가져올 수 있으면, 그때부터는 사업의 질이 달라집니다. 같은 매출이어도 더 단단해지고, 같은 마진이어도 방어력이 생기고, 같은 상품이어도 다음 액션이 생깁니다.
이 질문이 이번에 더 선명해진 이유가 있습니다.
롯데칠성 공문과 거의 같은 시기에, 정반대 경험도 같이 했거든요.
최근에 중국 공장을 직접 뚫어봤습니다
저희가 첫 인수를 통해 물류랑 창고 인프라를 조금씩 갖추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그냥 비용처럼 보였습니다. 창고도 돈이고, 사람도 돈이고, 물류도 돈입니다.
근데 이걸 그냥 놀리면 진짜 비용이고, 뭔가를 계속 얹으면 레버리지 가능한 자산이 됩니다.
그래서 직접 수입을 조금씩 해보고 있었습니다. 자세히는 아직 못썼는데요.. 거창하게 “글로벌 소싱 전략” 이런 느낌은 아니고요. 그냥 이미 창고가 있으니까, 수요 검증된 상품 몇 개는 직접 가져와보자는 정도였습니다ㅋㅋㅋㅋ
그래도 그중에 꾸준히 팔리던 상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매출이 엄청 큰 상품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수요는 어느 정도 확인됐고, 계속 팔리고 있었습니다.
근데 마진율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그래서 중국 공장을 새로 뚫어봤습니다.
3,000개를 가져왔을 때, 총 무게는 223kg, 6박스. 해운 물류를 태웠을 때, 구매대행 수수료와 국내배송비까지 넣었을 때, 관세 0%와 원산지증명원까지 반영했을 때,
결과는 1세트 당 1,321원. 기존 국내 유통 경로 대비로는 원가를 75% 가까이 줄일 수 있는 그림이 나왔습니다.
경쟁사들이 받아오는 국내 도매상은 세트당 한 3,000원에 공급 하고 있었어서.. 보수적으로 봐도 원가 구조가 기존의 1/3로 공급이 가능해진..?!
오… 롯데음료 물건 팔때는 남이 던진 공을 받아내는 게임이고, 이건 뭔가 우리가 게임판을 조금 만져보는 느낌..이랄까.
숫자로 보니까 설렘이… 커져버렷!
실제로 상상한 성과가 숫자로 나오기 시작하면… 사람 마음이 싱숭생숭해집니다.
갑자기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중국에 법인을 세우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 법인이 100% 소유한 외국인투자 유한책임회사를 만들면 소싱, 검품, 매입, 수출까지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원가율 70% 개선?!”
네. 이럴 때 제일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이 설렐 때 돈을 제일 이상하게 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ㅋㅋㅋㅋ
근데 좋은 CAPEX와 나쁜 CAPEX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예를들어,
좋은 CAPEX는 내 사업의 게임판을 바꿉니다.
하지만 나쁜 CAPEX는 그냥 복잡도만 늘립니다.
우리에겐 이미 인수한 커머스 사업체가 있고, 이미 창고와 물류 인프라가 있고, 이미 팔리는 상품이 있고, 그 상품의 원가 구조를 실제 숫자로 바꿔봤습니다.
이건 그냥 "중국 법인 있으면 멋있겠다"가 아니라, 인수한 사업체의 원가 구조를 바꾸는 운영 레버에 가깝습니다. 커머스 인수에서 이런 레버가 있으면 매물을 보는 게임판도 바뀝니다.
남들이 현재 손익계산서만 볼 때, 저는 “이 상품군을 중국 쪽에서 다시 소싱하면 원가가 얼마나 바뀔까?”를 볼 수 있습니다. 남들이 현재 영업이익만 볼 때, 저는 “이 사업을 산 뒤에 원가 구조를 내가 다시 짤 수 있을까?”를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인수창업에서 꽤 강한 무기입니다.
매물을 산 다음에 원가 구조를 바꾸고, 상품 소싱을 직접 붙이고, 검품과 물류를 안쪽으로 가져오고, 필요하면 직접 수출까지 연결할 수 있는 무기.
그게 되면 중국 법인은 단순한 비용 센터가 아니라, 인수한 사업체들의 가치를 계속 올리는 레버가 됩니다.
이것은 가격 결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가격 결정권이라는 말을 이제야 몸으로 이해하는 중
사실 “가격 결정권”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버핏 책에도 나오고,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말이고, 좋은 사업의 조건 이야기할 때 맨날 나옵니다. (제가 번역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인수창업 가이드북』에도 나오고요..!)
근데 책에서 읽는 가격 결정권이랑, 공급가 인상 공문을 받고 내 스마트스토어 가격을 만지며 느끼는 가격 결정권은 완전 다릅니다.
거래처가 언제 뭘 올릴지 몰라서 불안한 사업과, 내가 줄일 수 있는 변수를 하나씩 줄여가는 사업은 느낌이 다릅니다. 저는 당연히 후자가 훨씬 좋습니다.
진짜 설렙니다. 해외 진출이라니..!
근데 이제는 설렘만으로 돈 쓰면 안 된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설렘이 숫자로 바뀌고, 숫자가 구조로 바뀌고, 그 구조가 다음 인수를 더 쉽게 만들 때.
그때부터 진짜 좋은 투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