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스낵점을 인수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요즘 무인 스낵점을 인수하면서 (인수 이야기 안 읽었다면..! → 여기)
어떤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까를 더 많이, 더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스낵 벨류체인에 있는 회사들의 과거 확장 전략과
그들이 시장에서 생존해온 방식을 리서치하면서
다양한 시각을 참고해 방향을 다듬어 가는 중입니다.
그러던 중 최근,
피치코리아라는 회사의 제품 라인업을 보게 되었고,
'아, 이 회사… 뻔뻔하지만 정말 전략은 기가 막히게 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뻔뻔한(?) 전략을 쉽게 정리하면..
피치코리아는 해외에서 핫해지는 간식 트렌드를 포착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입 절차 대신
국내에서 빠르게 오마주 제품을 런칭하는 전략을 씁니다.
맛과 식감, 그리고 디자인 포인트만 잘 살려서요.
한국은 식품 수입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왜 식품 수입 규제가 까다로운지는 다른 기회에 설명하겠음..)
빠르고 민첩하게 제조하는 쪽이 훨씬 시장 대응력이 높습니다.
하지만, 식품 제조는 허들도 높고, 유통기한도 있어서 제조 리스크가 크죠.
그치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위 위험 요소를 헷징하기 위한 전략만 있다면
보다 안전하게 업사이드를 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때마침 제가 인수한 무인 매장은
이런 오마주 정크푸드의 대표적인 소진처인
바로 초등학생들의 안식처, 무인 스낵 매장입니다.
어떤 전략이 가능할까요? 아직은 감이 안오죠? 더 읽어보죠!!
무인 스낵점 vs 편의점: 본질은 '속도'의 싸움
무인 매장이 씨유나 지에스같은 대형 편의점에 비해 경쟁력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인건비가 없어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무인 매장 경쟁력의 본질은 ‘판매 실험의 속도’입니다.
편의점은 대기업 시스템에 묶여 있어 트렌드를 반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반면, 무인 매장은 훨씬 민첩하게 신상품을 들여오고, 판매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스웨디시 젤리'라는 키워드가 틱톡에서 바이럴을 탔을 때,
네이버 쇼핑 검색 추이는 그냥 미쳤었습니다.
스웨디시 젤리는 구할수만 있다면, 개당 5만원 10만원에도 팔렸으니깐요.
그리고 저희는 마침 그 태풍 속에서 모든 관찰할 수 있었죠.
가장 먼저 움직인 건 해외 직구 업체들
그다음은 국내 무인 스낵점들이 오마주 제품을 빠르게 제작해 유통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야 젼언니의 스윗믹스(스웨디시) 젤리라는 이름으로 GS편의점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것은 하나의 예시일 뿐, 비슷한 패턴은 '왁스젤리', '카다이브 초콜릿', '킨죠젤리' 등 끝도 없습니다.
사실상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스낵 인플루언서들이 대중의 MD 역할을 하고 있고, 그들의 바이럴 성과가 바로 시장성을 대변하는 구조입니다.
즉, 바이럴리티를 빠르게 포착하고
시장에서 판매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이 스낵게임의 승리 공식인데
무인 매장과 편의점의 대결에서
무인 매장이 가진 민첩성을 잘만 활용한다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빠르게 포착은 오케이. 그러면, 판매를 어떻게 먼저 시작하지?
피치코리아의 트위젤이 보여준 전략
피치코리아는 이 바이럴리티 중심 제조 전략을 정말 잘 활용했습니다.
대표 상품 중 ‘트위젤’이라는 이름부터 기존 미국 젤리 브랜드인 '트위즐러(Twizzlers)'와 유사한 느낌을 주며
일반 소비자에게는 "힙한 해외 스낵 같다"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한국에서 트위즐러는 아마 정식 수입이 안되는걸로 알고있는데 (펙트 체크 필요. 아닐 수 있음).
핵심은 식품 수입 규제가 까다로워서 접근을 못하고 있는 고객에게는 좋은 대안책인거죠.
피치코리아는 또한 트위젤 외에도 다양한 제조 식품들을 이렇게 오마쥬로 각종 해외 트렌드를 따라 잘 맞춰 제작했습니다. 아래는 다른 예시 중 하나.
디자인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것은 논외로 할 경우,
이처럼 각종 해외 트렌드를 빠르게 팔로업해서 제조하는 전략은 유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피치코리아에서 제조된 스낵들은
대부분 무인 매장에서 초등학생들을 타겟으로 소비되며
여러 유통 벨류체인을 거쳐서 결과적으로 무인 매장에 공급됩니다.
물론 우리 또한 같은 유통 전략을 활용 할 수 있으나
우리는 자체적으로 무인 매장을 여러개 보유 하게 될 예정이라
이 처럼 자체 브랜드 스낵을 런칭할 때도
더 유리하게 시도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즉, 보유한 무인 매장이 많아질수록 스낵 제조 실험이 쉬워진다
가정해봅시다.
한 달 매출 1,000만 원 정도 나오는 무인 매장을 기준으로
객단가 2,500원을 가정한다면 하루 약 130명의 결제자가 발생합니다.
무인 매장을 약 4개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4개 매장이면 하루 약 520명입니다.
여기서 신규 제품을 생산해서, 매장 출입구에 신제품을 비치해서
약 10%가 신상품에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52개,
한 달이면 약 1560개의 신상품을 '가만히 있어도' 소진할 수 있습니다.
비용을 들여 소비 기한이 있는 식품을 제조할 때,
최소 소진처가 확보되어 있다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가 완화 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이 물량은 온라인몰이나 도매와 같은 지속적인 별도의 인풋이 필요한 유통창구에 비해서
오프라인 소매만으로 반자동으로 소진할 수 있는 수치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매우 유의미합니다.
더 나아가, 수입 스낵 협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작년에 또 람보트위스트가 국내에서 인기였을 때,
스웨덴의 무역 담당자들을 어떻게 어떻게 연결해서 캔디피플 공장과 직접 접촉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도 이것만의 너무 긴 하나의 에피소드라… 자세한건 다음에 기회 생기면 이야기 하고…)
그때 긴긴 논의 끝에 이것저것 다 맞추고 수입 진행 이야기까지 다 주고 받긴 했는데..
수입 논의가 컨테이너 단위부터 시작되는 걸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아직 브랜드 인지도도 크지 않은 제품이었는데!)
당시에 결국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우리가 경쟁력 있게 수입하려면 얼마나 소진처가 중요한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무인 스낵점 네트워크를 갖추고, 도소매 파트너를 늘려 나간다면,
앞으로는 수입 협상에서도 훨씬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트렌디한 식품 수입하기 넘 어려워잉.. 법 좀 손봐줘ㅠㅠ
그래서 여튼 정리하면, 앞으로 우리가 할 일
예전에 위에서 이야기한 트렌드들 다 포착하는 틱톡, 인스타 스낵 바이럴 탐지하는 인하우스용 mini saas를 만든게 있었는데.. 이걸 다시 좀 고도화 시켜야 할 것 같고. 시그널 다시 포착 시작.
협상중인 2, 3호점 내용들을 빠르게 진행하고 인수한 무인매장들의 BI를 통일 및 강화하고, 온라인 몰을 만들어 통합 커머스 경험을 만들어야 함.
온라인 몰의 경우 구매대행 서비스를 병행하며, 해외 트렌드 스낵 리스트를 쌓으면서, 바이럴된 식품들 중 직접 제조 후보 리스트 구축.
올해 3분기내에 자체 식품을 생산해 무인매장에서 직접 소진시키고, 안정적인 도소매 공급 채널을 확보.
결과적으로 단순한 무인 스낵점에서 테크를 결합시켜 식품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벨류업.
정리하면, 무인 스낵점은 단순한 부업 모델로 끝날 유통구조가 아닙니다.
트렌드 캐치 + 블리츠스케일링 오마주 식품 제작 + 자체 유통망 구축
이걸 결합하면, 시장에서 민첩하고 효율적인 포지션을 가진 유통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물론 생각은 항상 거창하죠. 실천이 어렵지 ㅎㅎ 앞으로의 여정, 계속 기대해주세요.
아, 혹시 스낵 제조나, 유통 쪽으로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도 꼭 연락 주세요~!!
초보라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꼭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