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부터 시작하는 월순익 1,000만원 만드는 슬로우 라이프 (프롤로그)
월 1,000 만들기 프로젝트 프롤로그
[쁘띠 스마트스토어 양수양도 후 밸류업 시리즈]
안녕하세요, 진양입니다.
“쁘띠 스마트스토어 양수양도 후 밸류업”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작은 스마트스토어를 인수해서 밸류업시키는 과정을 제 시점으로 풀어보려고 해요. 인수자의 정보 보호를 위해서 약간의 조미료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이나 상호가 실존한다면, 우연입니다.
제로부터 시작하는… 월순익 1,000만원 만드는 슬로우 라이프 하기로 했습니다.
프롤로그 1화 (이번 편)
프롤로그 2화
프롤로그 3화본편
1화 - 개발자에서 사장으로: 1000만원의 인수, 두 달 만에 회수
2화 - 밸류업 전략의 결정: 해외 브랜드 판권을 따내다 1탄
3화 - 벨류업 전략의 실행: 해외 브랜드 판권을 따내다 2탄
최종화 - 사장에서 백수로: 유아 법인 매각 성공 스토리 대공개
꼴이 위험하게 됐다
가시적인 실적을 한동안 내지 못하던 우리 팀은 어느새 회사의 잡일 처리 부서가 되어있었습니다.
창가 자리에서 화장실 앞으로 재배치. 친하게 지내던 옆팀 사람들은 서서히 우리를 피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우리 팀은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목숨이 되었어요.
새로 투입된 팀장은 철저한 사내 정치 승진 테크를 찍은 사람이었고, 실무자 의견은 무시하고 윗사람 앞에서는 실무자를 파는 전형적인 스타일.
그냥 어디서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파리목숨 직장인 이야기입니다. 너무 뻔해서 쓰기조차 귀찮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미생 그 자체.
그 와중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선물 받게 되었고, 가슴에서 처음 느껴보는 가정의 책임 같은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내 밥벌이는 내가 해야겠다.’
2023년 12월 어느 추운 날, 늦게 퇴근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돈을 벌어야겠다. 월 천만 원을 내 두 손으로 벌어봐야겠다.”
콘텐츠 외주로 시작. 그리고 폭망.
예전 글을 기억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다 삭제했지만…), 처음에는 콘텐츠 작성 서비스로 돈을 벌어볼까 하고 테스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구독자 분들이 연락도 좀 주셨는데...
돈을 받고 쓰려니까 글이 안 써지는 겁니다ㅠㅠ
끌리는 대로 쓰는 일기장이랑, 누군가를 만족시켜야 하는 글은 무게감이 완전히 달랐어요. 브레인스토밍만 수십 시간 하고 한 줄도 못 쓰고 포기하고. 시도하고 포기하고. 새벽 2시에 자책하면서 잠드는 삶의 반복.
그렇게 12월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2023년 12월 매출: 0원
가락시장 새벽 3시
연말이니까 사람들도 좀 만나고, 가락시장에서 회에 소주를 먹을 일이 있었습니다.
얼큰하게 광어회에 소주 하고 호형호제 하면서 으쌰으쌰하고 집을 돌아가는데, 술 좀 깰 겸 걷고 있었거든요. 분명 새벽 3시가 넘었는데 엄청 북적북적한 겁니다.
화물 전동스쿠터가 위이잉 돌아다니고, 동네 아저씨들 다 나와서 배추 박스 옮기고, 길에서 중국어도 들리고, 그 추운 겨울에 얇은 면티 입고 으쌰으쌰 하고 있고.
술기운인지 뭔지, 갑자기 낭만이 느껴졌습니다. 다들 열심히 산다, 멋지다. 그런 감정.
그러다 멀리 보이는 배추 상자들이 하나하나 돈다발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 뇌가 술김에 뭔가를 결정한 것 같습니다.
‘유통을 해야겠다.’
해본 유통이라고는 20대 때 스마트스토어 하나 열어서 망해본 게 전부였지만, 술김인지 연초 버프인지 이번엔 더 잘할 것 같은 기분만 안고 집에 와서 꿀잠을 잤습니다.
2024년 1월 초 매출: 0 원
“형, 우리 스마트스토어 사볼래?”
2024년 1월 15일. 아주 추상적인 목표만 있는 상태로 cafe24 창업센터에 2~3평짜리 소호사무실을 하나 계약해버렸습니다.
쥐똥만 한 사무실이지만, 영감이 되었던 가락시장 도매시장이 내려다보이는 공간이었고, 이미 유통으로 캐시플로우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상태니까.
(참고로 cafe24 소호사무실은 지점마다 다르긴 한데, CJ택배를 부가세 포함 2,120원에 쓸 수 있습니다. 소매 유통 한다면 꽤 좋은 딜.)
사무실을 계약하니까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보증금도 내야 하고, 월세도 내야 하고. 돈은 벌어야 하는데 아이템이 없고. 갑갑한 상황.
그때 잭(가명)이 생각나서 바로 전화했습니다.
잭이랑은 옛날에 같이 사업도 했었고, 직장도 같이 다녀본 사이입니다. 어릴 때부터 형동생 하면서 지내는 친구인데, 항상 제가 일을 벌리면 잭이 수습을 담당해서 둘이 합쳐져야 온전한 1인분이 된다는 농담을 많이 들었어요.
“야 잭. 지금 진짜 급함, 나 사무실 계약 해버림 ㅋㅋㅋ 이제 돈 벌어야 함 빨리 오셈”
잭은 달려와서 텅 빈 사무실을 보고 헛웃음을 짓더니, 자기가 안쪽 자리를 쓰면 되냐고 물었습니다.
긴 토론 끝에 세 가지 규칙을 정했어요.
1. 매출이라는 피가 흐르는 법인을 만든다.
투자금만 어떻게든 가치 뻥튀기해서 받아놓고 회사놀이 하는 대표들에게 질릴 대로 질려 있었습니다. 그런 대표 아래에서는 고객에게 가치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금전으로 전환되지 않는 의미 없는 일만 하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현금이라는 피가 넘쳐흐르는 법인을 만든다. 이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목표가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2. 유통을 베이스로 한다.
제가 이미 할인받는다고 6개월치 임대료를 입금해버렸으니까요. 6개월 동안은 좋든 싫든 이 사무실에서 유통을 해야 하는 상황. 가끔은 선택지가 제한될 때 오히려 창의력이 발휘되기도 합니다. (라고 합리화를 해봅니다.)
3. 의사결정은 실패의 두려움이 아닌, 성공의 희망이 반영되게 한다.
가정이 생기고 잃을 게 많아지기 시작하니까, 문득 거울 앞에는 실패가 무서운 30대 아저씨가 서 있었습니다. 아는 게 적을 때는 용기라도 있었는데, 용기도 아는 것도 없는 지금의 내 모습이 싫었어요.
이 문구는 매일 아침 노션을 키면 상단에 떠 있는 문구가 되었습니다. 자꾸 두려움에 몸이 굳을 때 머릿속으로 되뇌는 문장.
의사결정은 실패의 두려움이 아닌, 성공의 희망이 반영되게 한다.
그렇게 흐린 하늘 아래, 2평 사무실에서 결의를 하고 나니 잭이 뜬금없이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형, 우리 스마트스토어 사볼래?”
첫 매물, 첫 사기꾼
“형, 요즘 테무니 알리니 이런 거 한국에 엄청 들어와서, 스마트스토어 하던 사람들이 엄청 떠나고 싶어하더라고.”
저야 워낙 쇼핑을 안 하는 사람이라 잘 몰랐지만, 알리니 테무니 시장 파이를 엄청 뺏고 있다는 소식은 듣긴 했습니다.
찾아보니 샐러오션, 사이트프라이스 같은 곳에서 실제로 스토어가 거래되고 있었어요. 해외에서는 microacquire나 flippa 같은 곳에서 많이 팔잖아요. 한국도 비슷한 게 있긴 한 거였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치킨집 권리금 주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남들이 다 떠나려는 스마트스토어에 뒤늦게 들어간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청개구리 본능이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잭이랑 모아둔 돈이 별로 없어서 둘 다 마통을 탈탈 털어서 법인 계좌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수일 후.. 수백개의 문자와 이메일 후…
수백 개의 매물을 검토하고, 수십 통의 쪽지와 이메일과 콜드메일을 보낸 끝에 겨우 캠핑용품을 파는 업체 하나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권리금 6,000만 원. 연 매출 9,000만 원. 마진율에 과장이 있다고 가정해도 대충 1년 조금 넘으면 회수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오프라인 미팅을 잡고 자료를 검토하면서 라포를 쌓았습니다. 미팅에서 중요한 건 친근함을 유지하면서 상대방의 경계를 풀되, 나는 객관적으로 자료를 검토해야 하는 겁니다.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가동시켜야 하는 것이죠.
미팅 자체는 무던하게 진행됐고, 대화하면서 친해지다 보니 이 양반의 다음 사업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찝찝한 게 있었어요.
판매 사유가 자꾸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해외 이민. 다음에는 회사 발령. 그다음에는 다른 개발자들이랑 만들고 있는 앱 이야기. 세 개 다 사실일 수도 있지만, 이 시장은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곳이라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 찝찝했던 건 매출 증빙이었습니다. 매출 대부분이 번개장터, 당근마켓처럼 세금으로 증빙이 안 되는 현금 거래였어요. 마음먹고 계좌를 돌려서 입금하면 가짜 자료를 만들 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결국 인수 거절 의사를 전달하고 깔끔하게 헤어졌습니다.
불과 2주 후, 그 매물의 가격은 2,000만 원이 내려가 있었고, 양도 사유는 ‘건강상의 이유’로 수정되어 있었습니다.
눈뜨고 코 베일 뻔했습니다.
2024년 1월 27일 매출: 0원. (그래도 사기 안 당한 건 칭찬해.)









떴다 내 니코틴
ㅋ 너무나 재밌게 읽었습니다. 두근두근 하네요.